[인천/경기]교육현장/남동공단 외국인 근로자 ‘한국어 수업’

  • 입력 2006년 9월 20일 0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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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내 한국외국인선교회 쉼터.

외국인 근로자 20여 명이 눈과 귀를 기울인 채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강사가 자음과 모음에 대해 설명한 뒤 자모를 조합해 ‘바다’‘하늘’ 등 명사에 대해 설명했다. 강사는 다시 알기 쉽게 명사를 영어로 해석해 줬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그때서야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체류 4개월째인 에릭슨 존 데이비드(27·필리핀) 씨는 “회사에서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오해도 자주 사고 혼이 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한국말을 잘하도록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최대의 공단으로 3600여 개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남동공단에는 현재 1만50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수업은 인천 북구도서관과 한국외국인선교회가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처음 마련한 것.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직장 내 갈등 요인이 된다. “∼해 주세요”를 “∼해 줘”로, “알겠습니다”를 “알겠어”로 사용하기 일쑤지만 이런 외국인 근로자들의 언어 습관을 처음부터 이해하는 한국인은 없다.

북구도서관은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올 5월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소외 계층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교육 소홀은 자칫 갈등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근로자 40명 중 무려 28명(70%)이 한국 생활의 애로사항으로 ‘의사소통의 불편’을 꼽았다. 이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워 산업안전교육과 긍정적인 인간관계, 생활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날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일요일 12차례에 걸쳐 다양한 수업이 이뤄진다. 교육은 한글 자모 학습, 단어학습, 발음 차이 구분하기 등 한국어 수업을 비롯해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위한 위험 기구 다루는 법과 재해 사례 설명 △한국 전통문화 체험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법 등이다.

첫 수업을 마친 존플 바우존(32·필리핀) 씨는 “한국에 온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한국인의 정서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일만 했는데 교육의 기회가 제공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외국인을 위해 힘써 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 교육에는 전직 교사 출신인 금빛평생교육봉사단 2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북구도서관 주유돈 관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은 산업 현장의 갈등과 반목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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