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박사 무더기 적발

  • 입력 2006년 9월 18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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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돈을 받고 학위를 판매하는 미국의 대학에서 대필을 시키거나 짜깁기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현직 대학교수 등 3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18일 정규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미국 P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정규 학위를 받은 것처럼 교육인적자원부에 신고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서울과 충북의 모 대학 교수 A(42) 씨와 B(38·여) 씨 등 8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대학에서 같은 방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25명을 적발했으나 공소시효(5년)가 지나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고 이들 중 현직교수 4명만 징계하도록 해당 대학에 통보했다.

교육부 산하 학술진흥재단은 1982년부터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경우 논문의 학술적 활용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신고를 받고 있다. 이때 해당 국가에서 정규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통과된 논문을 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하면 불법이다.

경찰조사 결과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P대학을 일정금액에 학위를 판매하는 '학위남발 가공대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학학력인증협의회(CHEA)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03년 9월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전형을 확인하고 이 대학 아시아지역 담당자에게 1만 달러를 입학금과 수업료 명목으로 건넨 뒤 3개월 만에 인터넷으로 60학점을 이수했다.

A 씨는 또 짜깁기한 논문을 제출해 이듬해 3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육부 산하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등록해 정규 학위를 받은 것처럼 행세했다.

나머지 적발된 사람들도 2001년부터 최근까지 이 대학에 1인당 200만¤1000만 원을 주고 형식적인 논문을 제출해 공학과 경영학 문학 교육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아 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전·현직 교수의 경우 석사학위만으로 보직을 맡기 어렵고, 외부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수주하기 위한 과시용으로 엉터리 학위를 받았다.

인천지방경찰청 김헌기 수사2계장은 "적발된 교수들은 대부분 P대학에 한번도 가지 않았으며 일부는 박사학위 논문 제목을 영어로 쓰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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