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농산물 선정…賞 장사까지…농림부 ‘양심 오염’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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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조서를 조작해 정부 포상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관련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농림부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훈구 기자
공적조서를 조작해 정부 포상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관련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농림부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훈구 기자
정부 포상을 받게 해 주는 조건으로 관련 업체에서 금품을 받거나 산하 기관에서 향응을 받은 농림부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소비자들은 농림부 공무원들이 엉터리로 선정한 제품을 우수 농산물로 믿고 비싼 돈을 지불해 온 셈이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허위로 공적조서를 꾸며 정부 포상을 받게 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모(50·5급) 씨 등 농림부 공무원 15명을 5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농림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 전 회장인 이모(47) 씨와 G업체 대표 임모(41) 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농림부 공무원들에게 제공할 향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를 허위 발주한 혐의로 김모(55) 씨 등 농수산물유통공사 직원 5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농림부 사무관인 이 씨는 2002년 11월 ‘한국 전통식품 BEST5 선발대회’를 주관하면서 이 대회 참가업체의 대표인 이 씨와 임 씨에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게 해 주겠다”며 2억17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임 씨 등이 이 씨가 알려 준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기준으로 로비를 벌여 각각 전통주류와 한과류 부문에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2001년과 2002년, 2004년에 열렸으며 2001년에는 전통주류 부문의 백세주가, 2004년에는 가공식품 부문의 백김치가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씨는 또 2003년 10월경 한과회사 대표 김모(50) 씨에게서 ‘2003 농산물가공산업 발전유공자 포상심사’에서 석탑산업훈장을 받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37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최모(51) 과장 등 농림부 공무원 8명은 농림부 산하단체인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 회장이었던 이 씨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 행사 지원금으로 받은 국고보조금 19억5000만 원 중 17억 원을 땅 투기에 쓴 사실을 눈감아 주고 1500만 원어치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농림부 산하기관인 농수산물유통공사 직원들은 농림부 공무원 접대에 사용하기 위해 허위로 예산을 타내기도 했다.

경찰수사와 관련해 농림부 측은 “당사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감사실 조사 결과에서도 뇌물 수수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농림부 사무관 이 씨도 4일 해명자료를 내 “빌려줬다 받은 돈을 경찰이 뇌물로 몰고 가는 등 짜 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훈장 수상과 관련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서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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