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女 “돈 잘버는 임대업자” 재혼男 “5∼8세 연하의 교사”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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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안모(41·여) 씨는 학원 영어강사로 일하다가 올봄 15세 연상의 의료기 부품업체 사장과 재혼했다.

안 씨는 “나이, 배경, 학력이 차이가 나서 망설였다”며 “하지만 이혼한 뒤 3년간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지친 몸으로 딸을 돌보다 침대 곁에 앉아 잠드는 생활에 진절머리가 나 안정적인 생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재혼 담당 커플매니저 오윤경 씨는 안 씨 같은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말한다. 재혼 담당 커플매니저들은 여러 가지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는 여성에게는 항상 “재혼은 서울대를 졸업한 미남 박사 연구원보다 중졸 건물임대업자가 낫다”고 충고한다.

본보 취재팀과 충남 백석대 유성렬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분석한 결과 재혼 여성은 상대방의 경제력, 재혼 남성은 여성이 자녀를 데리고 있는지와 외모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 남성이 ‘외모’를 더 따진다=분석 결과 경제력이 좋은 남성일수록 외모가 뛰어난 여성 배우자를 선택하는 비율이 초혼보다 재혼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우 측이 여성의 외모를 기준으로 재혼 여성을 3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외모가 뛰어난 A등급의 배우자 연봉은 7465만 원, B등급은 6345만 원, C등급은 5402만 원이었다. 반면 초혼 여성은 A등급의 배우자 연봉은 3786만 원, B등급은 3292만 원, C등급은 3071만 원이었다.

초혼의 경우 A와 C등급의 차가 715만 원이지만 재혼은 2063만 원이다. 재혼 남성들이 초혼 남성들보다 평균 1.8배 정도 연봉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재혼할 때 여성의 외모를 더 따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다.

초혼 커플 자료는 선우를 통해 결혼한 2276쌍을 분석한 것.

재혼을 원하는 남성들이 자녀를 친어머니처럼 돌보고 가정을 안정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여성을 원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큰 차이가 난다.

선우의 김은영 팀장은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남성들은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조건보다 외모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성적 욕구’에 솔직해지려는 풍조와도 관계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이, 학력, 종교는 ‘덜 중요’=초혼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배우자로서의 매력이 낮아지지만 재혼은 그렇지 않았다.

조사 대상 재혼 커플 대부분은 나이차가 10세 미만으로 초혼 커플(6세 미만)보다 많이 난다. 나이에 따라 남성 배우자들의 재산과 소득도 늘어나기 때문에 여성들이 초혼 때보다 나이를 덜 따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력도 재혼에서는 중요성이 떨어진다.

초혼 커플의 경우 같은 학력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는 비율이 49.4%지만 재혼은 39.2%.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높은 경우도 초혼은 11.2%지만 재혼은 17.7%다.

또 재혼 커플들은 배우자의 종교에 대해서도 초혼보다 훨씬 너그럽다. 초혼 커플의 경우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한 비율은 75.8%. 재혼은 55.0%에 그쳤다.

서울의 한 공기업에서 차장으로 일하는 이모(38·여) 씨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시중은행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불교 신자 김모(44) 씨와 2004년 가을 재혼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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