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과 함께한 1박2일…한뎃잠 자는 꿈나무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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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들은 자연스레 절도, 금품 갈취 등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져 간다. 거리로 나선 아이들은 잠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공원 벤치나 길거리에서 맨몸으로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다. 장원재 기자
가출청소년들은 자연스레 절도, 금품 갈취 등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져 간다. 거리로 나선 아이들은 잠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공원 벤치나 길거리에서 맨몸으로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다. 장원재 기자
7일 오후 2시. 기자는 김동철(가명·16) 군과 함께 지하철 티켓 2장을 들고 서울 관악구 신림5동 신림청소년쉼터를 나섰다. 김 군은 쉼터에서 마련한 ‘2006 탈출공감’ 행사에서 1박 2일 동안 거리체험을 함께할 파트너. ‘2006 탈출공감’은 가출청소년의 생활과 고민을 그들의 처지에서 이해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마련된 것으로 13명의 학생과 최영희 청소년위원장, 대학교수, 기자 등 13명의 어른이 일대일로 짝을 이뤘다.

김 군은 먼저 청계천으로 향했다. 가출청소년들은 보라매공원, 여의도공원, 청계천 등 돈 없이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에 모인다.

김 군이 가출한 이유는 부모의 무관심 때문. 공무원인 아버지와 회사원인 어머니는 자정이 넘어야 집에 왔고 김 군의 성적, 학교생활, 친구에 대해 별로 묻지 않았다고 김 군은 말했다.

거리의 아이들과 어울리던 김 군은 지난해 어버이날 자신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과 카네이션이 다음 날까지 제자리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집을 나왔다.

한 달 만에야 아들의 가출사실을 알아차린 어머니는 휴대전화로 “알아서 하라”고만 했고, 김 군은 학교를 그만뒀다.

4, 5시간 빈둥거리다 일어선 김 군은 ‘삥차’(지하철 무임승차)를 해서 목동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목동에 도착한 김 군은 비가 내리자 “PC방에라도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구걸을 시작했다. 기자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아직 배가 부른 모양”이라며 핀잔을 줬다.

잘 곳 없는 이들에게 병원 대기실은 가장 만만한 장소. 김 군과 기자는 인근 병원 대기실로 들어갔지만 30분 만에 병원 직원에게 들켜 쫓겨났고 결국 오전 1시경 공원 정자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했다.

김 군은 잠들기 전 “부모 자식 간에 대화가 있는 집 아이들은 가출을 하지 않는다”며 무심한 부모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쳤다.

모기와 싸우느라 내내 뒤척이다 오전 5시경 일어나자 김 군이 근처 아파트에 배달된 우유를 훔쳐와 내밀었다.

기자가 망설이자 그는 “나쁜 짓이 싫어도 거리에서 생존하려면 할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하고 몸을 돌려 거리로 나섰다.

신림청소년쉼터의 박진규(36) 실장은 “가출청소년 중에는 돌아갈 만한 가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쉼터의 역할이 무조건적인 귀가 종용에서 대상에 맞는 서비스 제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대진대 사회복지학과 김지혜 교수는 “먹고, 자고, 배울 권리 등 가출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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