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없는 임의동행 못한다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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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경찰서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면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6일 도주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27) 씨 사건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박 씨의 무죄를 확정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박 씨가 경찰의 동행 요구로 경찰서에 간 것은 2004년 9월. 430만 원 가량의 현금과 수표 도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도난 수표를 사용한 박 씨의 누나에게서 “동생으로부터 수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박 씨에게 동행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박 씨에게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2항에 규정된 “임의동행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

경찰은 박 씨를 경찰서에서 6시간 동안 조사한 뒤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으나 박 씨는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조사 결과 현금과 수표를 훔친 사람은 박 씨의 누나로 밝혀졌으나 경찰과 검찰은 “긴급체포 후에 도망갔기 때문에 도주죄가 성립한다”며 박 씨에게 도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박 씨를 경찰서에 데려왔지만 ‘동행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박 씨에게 알려주지 않는 등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의 강제연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 씨는 1, 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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