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한번 스승은 평생 스승”

  • 입력 2006년 5월 12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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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기생인 50대 10여 명이 20년 넘게 고교 은사들을 초청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

경북 김천고 17회 졸업생인 박상선(57·동물병원 원장), 정홍식(57·김천경찰서장) 씨 등 10여 명은 13일 오후 김천 직지사 부근의 한 식당에서 21번째 은사들을 모시는 모임을 갖는다.

이날 박 씨 등은 조욱연(72·독어), 이재민(72·수학), 고무림(75·국어) 씨 등 고교 3학년 시절 담임 3명에게 큰 절을 하고 술을 따라 올린 뒤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예정이다.

이들이 1986년 5월 고교 은사들을 초청하는 첫 모임을 가졌다. 당시 이들은 조 씨 등 3명을 대구의 한 음식점으로 초청해 식사대접을 하고 학창시절 선생님께 매를 맞았던 추억 등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후 매년 5월 스승의 날을 전후해 이 같은 모임을 갖고 있다. 1990년에는 동기생 24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고교 제자들에게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했던 조 씨는 “학창시절 내가 살던 집으로 돌을 던져 장독을 깨뜨리기도 했던 한 제자를 이 모임에서 만나 지금까지 정을 나누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교 교사에서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퇴임한 조 씨는 “당시 제2외국어인 독일어 성적이 명문대 진학에 중요해 엄하게 가르쳐야 했다”고 말했다.

매년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동기생 김건배(57·약국운영) 씨는 “몇 년 전 대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서 경찰 간부와 군 장성인 동기생들이 정복을 입고 뒤늦게 나타나 은사들에게 큰 절을 올려 손님들이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은사인 고 씨는 경북 문경에 살고 있어 대구에서 열리는 모임이 끝난 뒤 제자들이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귀가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고 씨는 “20년 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기생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 씨는 “은사들에게 저녁식사나 한번 대접하자며 시작한 모임이 벌써 20년이 됐다”며 “우리도 모두 초로(初老)에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은사 앞에 서면 언행이 조심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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