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비행장서 에어쇼중 곡예기 추락, 조종사 사망

  • 입력 2006년 5월 5일 13시 21분


코멘트
어린이날을 맞아 수천명의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진행되던 에어쇼에 참가한 항공기 1대가 활주로에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에어쇼 관람객 가운데는 다행히 피해가 없었다.

5일 낮 12시경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공군10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진행되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 도중 항공기 1대가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했다.

추락 항공기 조종사는 비상탈출에 실패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활주로 주변에서 에어쇼를 구경하던 방문객 3000명여명 가운데는 이 추락 사고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공군 관계자는 밝혔다.

 에어쇼 도중 곡예기 추락 현장①(독자 이석주씨 제보)

 에어쇼 도중 곡예기 추락 현장②(독자 이석주씨 제보)

이날 사고는 항공기 2대가 연무를 내뿜으며 마주 다가와 X자 모양으로 엇갈리는 곡예비행을 하던 도중 두 항공기의 날개가 서로 스치면서 발생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기지 개방 행사가 열린 공군 수원비행장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찾아와 활주로 주변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에어쇼를 관람하고 있었다.

공군10전투비행단은 이날 사고로 행사를 중단하고 관람객을 내보냈으며 외부와의 전화를 차단한 채 사고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군 ‘블랙이글’ 사고 원인규명 착수

공군은 5일 발생한 블랙이글 소속 A-37기 추락 사고 직후 김은기(중장) 공군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본격적인 사고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공군 사고 조사팀은 우선 활주로에 널부러져 있는 사고 전투기 잔해와 산화한 조종사 김모(33) 대위의 시신을 수습했다.

공군은 조종사의 음성기록 등 교신내용이 담겨져 있는 블랙박스를 수거해 이를 토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고원인에 대해 어떤 추정도 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조종사의 실수나 기계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추락 당시의 장면을 담은 영상을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공군 일각에서는 블랙이글 소속 조종사들이 공군 조종사 중에서도 최정예로 반복훈련을 해온 베테랑이고 사고기종인 A-37 전투기는 1976년에 도입된 노후 기종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기계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사고가 나자 공군은 사고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동일 사고기종인 A-37에 대한 비행을 전면 중단할 것을 예하부대에 지시했다.

공군은 A-37 2개 대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보유대수는 30대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이글 소속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에어쇼를 앞두고 고난도 곡예비행 연습을 하던 중 전투기 2대의 날개가 서로 부딪히면서 1대가 추락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2번째이며, 실제 에어쇼 도중 추락한 것은 처음이다.

공군은 사고지점과 관람석까지의 거리가 1.8㎞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없었다며 '비통함' 속에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