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네트워크 글 전문

  • 입력 2006년 4월 28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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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문제 '탈미'만 있고 대안은 없다?

[반박] '대미자주' 주장하는 임종인 의원님께 드리는 글

임종인 의원님. 의원님께서 <오마이뉴스>에 기고하신 '나의 '안티'인 군사 마니아들에게 말한다'라는 기사는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누리꾼을 비분강개(悲憤慷慨)시켰습니다. 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임종인 의원님 당신의 자질과 정체성을 의심케하기에 충분한 졸고였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원님께서는 많은 국민과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와 성토를 일부 군사 마니아들만의 반감으로만 치부하고 싶으시겠지만,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과 누리꾼들에 대한 폄하이자 모독과 다름없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왜 많은 누리꾼들이 오늘도 온라인상에서 의원님의 주장을 반박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지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의원님을 성토하게 된 계기는 의원님께서 기고 기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조기경보기 사업 재검토 요구 발언을 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으로서 재임기간 중 의원님께서 보여주셨던 실망스런 행적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따지고 보자면 의원님께서 주장하시는 정책 대안과 의원님께서 줄기차게 주장하고 싶으시다는 대미자주국방, 병사인권, 한반도 평화는 서로 모순된 것임을 스스로 알고 계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먼저 대미자주국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의원님께서는 이제껏 수직적 관계에 가까운 한미동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오셨고, 특히 연합작전 수행에 있어서의 효율성을 위해 우리 군 무기체계 도입시 작전요구성능(ROC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에 항상 미군 장비와의 호환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종속적이니 굴욕적이니 하시며 미제 무기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 오셨습니다.

의원님. 오늘날 국제질서에서 단독적인 자주국방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세계는 블록화 되어가고 있으며, 타국과의 협력적 안보 체제 구축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국의 군사력의 위협에 대한 방어라는 전통적 안보 개념이 무너지고, 안보 불안요소가 매우 다양화 되어가는 현실에서는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혼자서는 자국의 안보를 달성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적 안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옛말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 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지독한 민족감정과 경제적 이해관계 대립,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한 협력적 안보 공동체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현실 정치 일선에서 뛰고 계신 의원님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는 미국을 활용해야 하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발생 가능한 주변국에 의한 불안요소를 억제할 수 있는 외부의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 장차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일 것입니다.

우선 첫째, 무기체계 도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단지 최초 획득 단가가 저렴하다 해서, 혹은 어느 나라의 어떤 무기가 좋다더라라는 식으로 백화점 진열대와 같이 무기체계를 다양화시켜 버리면, 당장 군수보급 및 훈련, 유사시 동맹군과의 연합작전 수행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기체계 도입에 있어 탈미(脫美)를 주장하시려면 미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탄약 및 수리부속 확보에 대한 언급도 있어야 하지만, 의원님께서는 탈미만 주장하실 뿐 그 후속 대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 언급도 없으셨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무기체계 의존도 심화를 막기 위해 무기 도입선을 다변화시켰던 인도가 지금 와서 어떤 꼴을 겪고 있는지 똑바로 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제 일변도라 매도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국군의 무기체계들은 굴욕적 외교에 의한 대미종속관계의 산물이 아니라 운용의 효율성과 전력 증강을 위한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둘째로 병사 인권에 관해서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의원님께서는 현실적 수준으로의 국방비 절대액의 증액에는 반대하시면서 사병 월급 30만원으로 인상, 전군 침대형 내무반으로 교체, 식대 증액과 같은 예산 부분의 문제와 함께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 확대, 병사 징계영창 폐지와 대체복무 확대, 전문성을 갖춘 부사관 확충 등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의원님 아십니까?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들도 의원님의 이러한 주장을 듣고 나면 배꼽을 잡고 웃는다는 것을. 예산 증액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국방예산으로 사병월급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곧 국방부의 재정파탄과 군 현대화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고 식대 증액이나 침대형 내무반 교체 등은 이미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군에서도 특히 신경쓰고 있는 부분인데, 예산은 주지 않으면서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계시니 실무자들 입장은 난감 그 자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 및 휴대전화 사용 확대는 군 전체를 보안사고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비상식적 주장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인터넷 및 휴대전화 사용을 용인한다 가정해 봅시다.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 기무부대가 이에 대한 감청 등을 실시한다면, 당장의 비용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의원님께서 또 인권문제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실 텐데 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려 하시는 것인지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위와 같은 병사 인권 개선안(?)을 내놓고, 소요 예산은 전력 증강비에서 빼서 쓴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더 많은 인건비가 소요되는 부사관 인력 확충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군의 인적 구성이 전문화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나, 첨단무기 도입 예산을 다 빼내 인력만 확충한다면, 인력은 있는데 운용해야 할 첨단무기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도대체 앞뒤가 맞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겁니까?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원님의 주장도 한 번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한반도 평화라는 것이 단지 북한만을 바라보는 좁은 시각의 산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이 될 수도 있고, 북한이 아닌 주변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국방개혁 아닌 '국방개악'을 통해 대한민국 국군을 수십 년 퇴보시켜 놓은 후에 도대체 무슨 힘이 있어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얼마 전 독도 사태 당시 의원님께서 라디오 방송에서 하신 말씀에 박장대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과의 충돌도 불사하신다는 초강경 발언을 하셨는데, 혹시 한 10여 년 전 독도 문제를 두고 있었던 일을 기억하시나 모르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독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 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무력시위를 하기 위해 동해상에서 해상 기동훈련을 지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훈련을 취재 나온 일본 언론의 한 기자가 함상에서 보잘 것 없는 한국 해군의 무력시위를 보며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 볼 때처럼 비웃었다는 일화를 의원님은 아시나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싸우시겠다는 겁니까? 춘추(春秋)에 이르기를 부비부우, 부가이사(不備不虞, 不可以師)라 했습니다. 준비도 못하고 미리 헤아리지도 못했으면 군대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라디오에서 의원님의 발언은 현실은 무시한 채 단지 반일 감정에 편승해 인기몰이 한 번 하겠다는 식의 대중영합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누리꾼들이 의원님에게 한 번 더 분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의원님. 의원님은 기고를 통해 자유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 있으며, 타인의 주장을 막으며 비난하는 것은 파시즘이라 비난하셨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당신이 지금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홈페이지 게시판이 의원님에 대한 성토로 가득차자 게시판을 주민등록 번호 입력 형태로 바꾸었고, 그래도 성난 국민들과 누리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다시 회원제로 바꾸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회원만 글을 게재할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게시판 화면 몇 페이지를 공지글로 도배를 해 수많은 누리꾼들의 성난 목소리를 공지글들로 은폐하려는 지금 당신의 태도는 의원님 당신의 의견과 상충하는 국민의 의견은 듣고 싶지도 않고, 당신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공지글들로 가려 감추고 싶은 소인배의 모습이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의원님을 '비판'하지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대화와 토론의 장인만큼, 대화와 토론에 임하지 않은 것은 의원님 당신이지 대다수 누리꾼들이 아닙니다.

우리 자주국방 네트워크는 성난 국민들과 누리꾼들을 대표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인 의원님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앞장서서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맞대고 토론에 임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혀 드립니다.

의원님 홈페이지 명언감상이라는 게시판에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즐기고, 위대한 정치인은 반대를 만들어 내는 정치인이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정말 많은 반대를 만들어내고 계시니 스스로 위대한 정치인이라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 생각이 확실하시다면, 앞으로 나오셔서 직접 누리꾼들을 포함한 국민들과 대면하고 토론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외홍보실장 이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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