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5%이자' 강원랜드 고리사채업자 단속

  • 입력 2006년 4월 23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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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정윤기·鄭倫基)는 강원랜드 카지노 고객에게 1주일에 5%의 이자(연 240% 상당)를 받고 도박자금을 제공한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으로 사채업자 임모(39) 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모 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양모 씨 등 2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의 꼬임에 빠져 1년 간 200억 원을 도박으로 날린 중소기업가도 있었다.

▽수사 경과=검찰은 지난해 11월 브로커 윤상림(54·구속기소) 씨가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수표 83억 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 12명이 강원랜드 주변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해 고리 사채업을 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 조사 결과 임 씨는 친동생 등과 함께 2003년 11월~올 2월 초 모두 479차례에 걸쳐 239억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에 5%의 이자를 받으면서 4억9700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씨는 15억 원을 밑천으로 해서 2년여 만에 100억 원 가까운 이자 수입을 올렸다고 검찰은 전했다.

양모(33·구속기소) 씨는 2003년 1월~지난해 12월 597차례에 걸쳐 강원랜드 카지노 고객들에게 224억 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면서 2억7900만 원의 이자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돈을 회수하기 쉬운 VIP 고객을 골라 도박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상대방의 신용을 따져보고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고객 중에는 한 번에 10억 원을 빌린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관할 세무서에 고발을 의뢰했다.

▽1년에 200억 원 잃기도=건실한 식품업체을 운영하던 40대 기업인 김모 씨는 2003년 5월 친구들과 함께 1000만 원을 들고 강원랜드를 찾았다.

순식간에 돈을 모두 잃은 김 씨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돈을 빌려줄 테니 본전을 찾으라"고 권유했다.

속칭 '병장'이 접근한 것. 병장은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고객들을 사채업자에게 소개해주거나, 손님이 카지노에서 정한 배팅 한도를 넘겨 돈을 걸 수 있도록 대신 돈을 걸어주고 팁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급한 마음에 선(先)이자 5%를 떼고 거액을 빌린 김 씨는 다시 카지노에 몰두했으나 잃은 돈을 찾지 못했다.

김 씨는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수시로 강원랜드를 드나들었고 돈이 떨어질 때 마다 사채업자에게서 수억 원 씩 빌려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

1년 쯤 지나자 김 씨가 운영하던 중소기업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었고 가정도 파탄 상태였다.

김 씨는 1년 동안 200억 원가량 잃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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