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강철웅 씨“남을 위한 삶… 귀가 새롭게 열렸죠”

  • 입력 2006년 4월 20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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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불편하지만 내 꿈을 키우는 데 별 지장은 없어요.”

경북 경주시 위덕대 사회복지학부 3학년 강철웅(姜喆雄·23·포항 남구 지곡동) 씨는 일상대화에 지장이 있는 청각장애자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귀에 염증이 생겨 청력이 약해졌다. 어린 시절 그는 다른 사람만큼 잘 듣지 못하고 언어 표현력도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중학생 때 우연히 집 근처 경로당에서 어르신을 돕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변했다.

강 씨는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냈다. 움추렸던 몸과 마음도 조금씩 추슬려졌다.

그는 경주정보고에 진학하면서 ‘공부 욕심’을 냈다. 정보기술사와 정보기기운영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봉사활동 점수도 쌓아 위덕대에 합격했다.

뒷날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장애인을 위한 전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강 씨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요양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가하면 주말이면 빠짐없이 포항창포종합사회복지관으로 달려간다. 이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장애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지도하고 적응훈련도 시키고 있다.

그는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 등을 거쳐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을 2개를 땄으며, 요사이는 아동성교육 지도자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강 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늘 맨 앞자리에 앉아 많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장기인 컴퓨터 실력을 발휘해 과제물을 치밀하게 작성해 부족한 발표력을 보충하고 있다.

그는 동급생 100여 명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럼 솜씨가 수준급이며 교내 축제 때 축구선수로 뛸 만큼 운동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강 씨를 지도한 사회복지학부 장덕희(張德姬·39·여) 교수는 “철웅이는 무척 밝고 활달하다”면서 “장애를 이겨내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고 있다.

강 씨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의 장애를 갖고 있다고 본다”며 “신체장애는 다양한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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