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입양]“결심하는 그 순간부터 행복이 시작됐죠”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새엄마를 기다립니다” 12일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백일 사진을 찍기 위해 위탁모의 품에 안겨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에 모였다. 이들은 입양 가정이 정해질 때까지 위탁모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위탁모는 양육 경험이 있는 자만이 가능하며 위탁 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연합뉴스
“새엄마를 기다립니다” 12일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백일 사진을 찍기 위해 위탁모의 품에 안겨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에 모였다. 이들은 입양 가정이 정해질 때까지 위탁모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위탁모는 양육 경험이 있는 자만이 가능하며 위탁 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연합뉴스
“아이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기분이에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권호을(42) 김영임(36) 씨 부부는 요즘 입양한 두 살배기 예람이의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사진 옆에 편지 형식으로 예람이에게 다정한 글을 남기다 보면 “이게 행복이구나” 싶단다.

권 씨 부부는 예람이의 ‘라이프 북’을 만들고 있다. 입양아가 자란 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입양 전 기록에서부터 자라나는 모습을 담은 앨범이다. ‘라이프 북’은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 입양가정에선 일상화되어 있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입양, 결심하는 순간 행복이 시작돼요”=권 씨 부부는 1994년 결혼할 때부터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입양을 계획했다. 이 부부는 두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람이를 새 식구로 맞았다.

아이를 기르기도 힘든데 ‘라이프 북’을 만드는 것이 귀찮지는 않을까.

김 씨는 “예람에게 틈나는 대로 입양의 의미를 알려 주며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말해요. 예람이가 훗날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할 때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자랐는지를 알게 해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권 씨 부부는 올가을 딸을 한 명 더 입양할 예정이다. 예람이에게 동생이자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김 씨는 “형편이 넉넉하진 않지만 예람이에게서 얻는 기쁨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어요. 자연스레 두 번째 입양을 생각하게 되네요”라고 말했다.

▽“장애아 입양, 뭐가 다른가요”=경기 안산시 김기철(49) 씨가 1999년 은조를 입양하겠다고 했을 때 일가 친척 모두가 이를 완강히 반대했다. 입양 당시 생후 한 달 된 은조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김 씨의 맏아들 동조(22) 씨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2급. 친척들은 “장애아 한 명을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왜 또 사서 고생하려 하느냐”고 말했다.

처음엔 큰딸 한빛(21) 씨도 입양에 반대했다. 하지만 김 씨는 “우리 가족이 아니면 누가 은조를 입양하겠느냐. 해외에선 장애아 입양이 흔한 일이다”고 설득해 동의를 얻었다.

김 씨는 “동조를 키우며 얻은 노하우로 은조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조를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한국선진학교에 보내기 위해 3년 전 과천시에서 안산시로 이사했다. 요즘 가족이 모이면 언제나 웃음꽃이 핀다.

김 씨는 “은조가 온 뒤로 동조가 더 의젓해졌어요. 은조가 한글을 한자 한자 깨치며 커 나갈 생각을 하면 행복해집니다”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아이를 고르는 입양은 그만”=전체 입양 가운데 국내 입양 비율은 약 40%. 입양 초기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1990년대 이후 정체 상태다.

입양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은 “조건에 맞는 입양아만 찾는 현재의 입양문화에서 해외 입양의 비율이 줄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예쁘게 생긴 비장애인 여자 아이가 아니면 국내 입양이 쉽지 않다. 국내 입양아 가운데 남자의 비율은 2000년 42.4%에서 2004년 30.1%로 뚝 떨어졌다. 또 ‘장애인이 아닐 것’, ‘양부모와 혈액형이 맞을 것’은 물론 ‘쌍꺼풀이 있을 것’, ‘친부모가 키가 클 것’ 등 갖가지 조건을 요구하는 입양 희망자가 적지 않다.

1958년 이후 국내 입양 장애아는 281명뿐이다. 지난해에는 27명에 그쳤다. 반면 해외로 입양된 장애아는 지난해에만 737명이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국내 입양자격-절차는

배우자 없으면 입양못해…사회복지사가 방문 심사

어떻게 하면 입양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현행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별법은 △25세 이상으로 입양 대상 아동과의 나이 차가 50세 미만이며 △자녀가 입양 아동을 포함해 5명 이내이고 △배우자가 있는 사람에게만 원칙적으로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입양은 입양기관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현재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등 국내외 입양기관 4곳과 국내 입양기관 21곳이 있다.

입양기관의 사회복지사는 입양 희망자와 상담해 입양 자격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아동학대 경력이 있거나 아이를 기르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면 입양 자격을 주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입양 희망자의 직장, 이웃, 가정 등을 2회 이상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이 가운데 한 차례는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한다.

입양기관은 입양 희망자가 선호하는 아이를 물색해 연락한다. 입양기관은 입양 아동의 친부모에게 미리 친권포기서와 입양동의서를 받기 때문에 입양 희망자가 친부모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친모가 입양동의서를 내면서 ‘입양되기 전에 아이의 얼굴을 한번만 보여 달라’는 조건을 붙이면 이에 따르는 것이 관례다.

입양 희망자가 아이를 데려간 뒤에는 아이의 호적을 만들어야 한다. 입양기관은 입양 후 6개월 이내에 아이가 입양된 가정을 다시 방문해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지 확인한다. 입양 문의에서부터 호적을 만들 때까지는 평균 3달 정도 걸린다. 입양 수속비 등 필요한 비용은 200만∼220만 원이다.

美 엄격한 양부모 심사

재산-전과조회는 기본…입양교육 수료증 필수

“미국의 입양 자격은 매우 엄격합니다.”

국내 양부모들에게 입양 관련 강의를 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의 대형 입양기관인 ‘딜런 양자회’ 레베카 해크워스(54·여·사진) 사회사업담당 부장은 “미국의 입양 절차는 입양 희망자를 걸러내고 교육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양 희망자가 해외 입양을 신청해서 아이가 시민권을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은 1년 반∼2년으로 긴 편이다.

입양 절차는 입양 신청자가 양부모 워크숍에 의무적으로 참석해 입양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신청자가 아이의 국적을 선택하면 입양기관이 양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심사한다. 심사는 1단계로 인적 사항과 지병 여부를 파악한 뒤 2단계로 자산 증명서, 납세 신고서, 범죄 기록 조회 등으로 이뤄진다. 목사 교사 등 이웃에게 5장 이상의 추천서도 받아야 한다. 2개월가량의 심사가 끝나면 입양기관 사회복지사가 4차례 정도 가정을 방문한다.

양부모는 입양에 관한 책 2권을 읽고 사회복지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 입양 관련 온라인 교육과 아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응급조치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아이를 입양한 뒤에도 매년 여름에 모국별로 입양인 캠프를 여는 등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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