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고교등급제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현 정권의 전위대 같은 386 정치인들이 대학을 죄인 다루듯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면 헷갈릴 때가 많다. 386세대는 학창 시절 권위주의 정권이 대학의 숨통을 막는 걸 보면서 울분을 터뜨렸고 대학의 자유를 갈망했을 것이다. 바로 그 386들이 정권에 포진하자 ‘전면전’ ‘초동진압’ 등 군사용어를 써 가며 대학을 공격하고 학교 운영에 대해 시시콜콜 개입하고 있다. 이들의 이중성이 놀랍다고 해야 하나, 으레 그런 법이라고 해야 하나.

▷2004년 가을 몇몇 대학이 신입생 수시모집에서 일부 지역과 특목고 학생을 ‘우대’한 것이 드러나 이른바 고교등급제 파문이 일었다. 여당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을 법제화하자고 나섰다. 문제가 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는 ‘참교육학부모회’ 등의 단체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를 수사해 온 검찰은 어제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 내에 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신입생 선발권이 대학에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외국에선 학생 선발이 잘못됐다며 대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없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뽑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입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공정성 확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수험생의 자질과 능력은 수치화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전국 2000개 고교 간에 엄연히 학력(學力) 차가 크기 때문이다.

▷공정성도 갖추고 대학이 원하는 학생도 뽑도록 하는 ‘고차원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정부가 대학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대학 자율을 존중하면서 소외계층 배려와 같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상식적인 답이 이미 나와 있음에도 현 정권은 구시대적인 ‘대학 괴롭히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정권 아래서 우수한 대학, 우수한 인재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 세계가 웃을 거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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