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노숙인에 일자리 한달’<하>그들에게 정말 필요한것은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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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최로 6일 서울시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에서 노숙인들이 옷을 갈아입고 교육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시는 새해 역점 사업 중 하나로 노숙인에게 일자리 제공을 통한 사회 재적응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주최로 6일 서울시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에서 노숙인들이 옷을 갈아입고 교육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시는 새해 역점 사업 중 하나로 노숙인에게 일자리 제공을 통한 사회 재적응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6일 노숙인에게 일자리 500개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600명에게 일자리가 주어졌지만 일하기를 원하는 노숙인들이 여전히 많아 2차 사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단이탈자 발생, 허술한 관리 등을 들어 ‘급조된 이벤트성 사업’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서울 시내 노숙인 242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일자리 제공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자활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설문에 응한 거리노숙인 687명 가운데 41.6%가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첫손에 꼽았고, 쉼터노숙인 1739명 중 23.9%가 취업 알선을 희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전례가 없는 ‘노숙인 일자리 갖기’ 실험이 ‘사회 복귀’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려면 여러 가지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 추진과 부적응자 배려=정원오(鄭原旿·사회복지학) 성공회대 교수는 “의미 있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단기로 끝날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속적인 일자리 제공이 중요하나 향후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일자리 제공 사업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 소장 임영인(林永寅) 신부는 “그동안 노숙인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가뭄에 비가 온 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할 기회가 주어져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포기하지 말고 자활로 이끄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손명애(孫明愛)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간사는 “‘나도 일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대상에서 탈락되거나, 현장에서 노숙인을 대하는 부정적 태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을 경우 자활의지가 꺾일 수 있다”며 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이와 관련해 6일 노숙인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현장에 나가면 냉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오기를 부려 그만두면 다시 똑같은 생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오기 부리지 말고 참아야 새 출발 할 수 있다”고 인내를 강조했다.

▽주거 지원과 쉼터 개선=전문가들은 일자리만 창출된다고 해서 노숙인 자활문제가 절로 해결되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이 뿌리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제대로 쉴 수 있는’ 주거 공간 지원이라는 설명이다.

이태진(李台眞)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숙인을 위한 쉼터 중에는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며 “노숙인 특성에 맞게 주거 지원 사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문제를 현장에서 부딪혀 온 임 신부는 실질적인 개인 주거 공간 마련을 강조했다.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필요한데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 임 신부는 “과도기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유료 쉼터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쉼터의 단체생활이 오히려 자활과 독립을 저해해 수동적인 노숙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서울시도 일자리 제공과 주거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노숙인에 한해 시 산하 SH공사가 관리하는 다가구 임대주택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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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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