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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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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해 무면허 건설업자나 부적격 업체에 헐값으로 하도급을 준 뒤 이중계약을 통해 차액을 비자금으로 챙기면서 빚어진 일이다.
▽취지 어긋난 의무하도급제=학교 신축공사를 발주하는 교육청은 시공업체를 심사할 때 전체 공사비의 87% 이상을 전문건설업체에 나눠서 도급하는 회사에 가산점을 준다.
지역의 영세한 업체가 공사물량을 많이 수주하도록 1989년 건설교통부가 도입한 제도에 따른 것. 여당은 이 제도를 2007년부터 없애려다 건설업계 요청으로 2008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동안 공사를 따낸 업체가 무면허 건설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주면서 차액을 챙기는 데 있다. 이렇게 만든 비자금은 공사를 발주한 교육청 간부에게 전달된다.
실제로 인천지방경찰청은 1998년부터 최근까지 시 교육청이 발주한 17개 학교 신축공사를 조사한 뒤 불법 하도급을 묵인하고 건설업체 7곳으로부터 1억3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시교육청 간부 김모(45·5급) 씨 등 2명을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무면허 건설업자에게 6개 공사의 하도급을 줬다.
경찰은 그동안 상당수 업체가 교육청의 고위 공무원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전달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3일 대학 부설 초등학교 신축공사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7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전주교대 시설담당 직원(46)을 불구속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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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계약이 부실공사 부추겨=인천 지역 A건설 대표 B 씨의 경우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모 고등학교 신축공사를 2004년 9월 59억4847만 원에 수주했다.
그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남의 건설업체에 공사에서 손을 떼는 조건으로 3억 원을 건넸다.
이후 B 씨는 시 교육청 간부 김 씨와 잘 아는 무면허 건설업자 C 씨와 45억 원에 공사를 일괄 하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C 씨는 철근콘크리트 등 각 공정을 17개 전문건설업체에 44억 원에 나눠 맡겼다.
대신 C 씨는 A건설이 낙찰가의 88%에 해당하는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 준 것처럼 이중계약서를 만든 뒤 차액을 B 씨에게 전달했다. 낙찰가의 3분의 1에 가까운 15억여 원이 공사와 관계없이 사라진 셈.
모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턱없이 낮은 가격에 하청을 맡다보니 부실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회가 회원사 16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2.8%가 ‘원도급자가 이중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발주처에 대한 저가 하도급 은폐 목적’(63.1%)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원도급자 비자금 조성(20.0%) △원도급자 강요(16.9%) 등이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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