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 졸업여행?… 임기만료 앞두고 줄줄이 해외로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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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의원들이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관광성 외유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는 “의원들이 무슨 졸업여행이라도 하느냐”며 개선을 촉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 낭비를 막으려고 규칙을 개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기 끝나기 전에 챙겨 먹자?=부산 금정구의원 16명은 최근 5박 6일간 중국과 필리핀을 다녀왔다. 명목은 관광사업 벤치마킹과 도시기반시설 견학, 자매도시 방문이지만 일정의 대부분은 관광으로 알려졌다.

강원 평창군의원 6명은 8일부터 열흘간 이탈리아 로마와 토리노, 스위스 제네바, 러시아 모스크바를 돌아다니는 중이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홍보한다는 게 이유. 하지만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토리노에는 이틀간 머물고 나머지는 관광성 일정이다.

경북 성주군의원 8명은 5일 의회제도를 비교한다며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떠났다. 경북의 한 지방의회는 ‘임기 말 의원 간 화합 도모’를 연수 목적으로 내걸었다. 대구 달성군의원 11명 전원도 최근 5일간 홍콩과 대만을 갔다 왔다. 여기에는 군수와 직원 6명이 동행했다.

부산 강서구의원들은 14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 쿤밍(昆明)과 난징(南京), 상하이(上海)로 떠날 계획이다. 시 관계자를 만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 이에 대해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김해몽(金海夢) 사무처장은 “해외연수의 목적은 외국 사례를 구정에 접목하는 것인데 임기 말 해외연수는 예산 낭비”라고 꼬집었다.

▽반발 부닥치자 계획 바꿔=경남도의회는 지난달 외유 계획을 세웠다가 비판 여론이 나오자 일정을 조정했다. 교육사회위원회 의원 7명은 당초 호주 오페라하우스와 블루마운틴을 둘러보려 했다. 하지만 관광에 치우쳤다는 지적 때문에 호주 시드니 시청과 뉴질랜드 교육청 방문을 포함시켰다.

경남도의회 3개 위원회는 이번 주에 중국, 필리핀, 미얀마를 방문하려 했다가 외유 논란을 의식해 포기했다. 경남도의회의 한 전문위원은 “임기 마지막 연도에 외유 계획을 세운 것은 도의회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천 서구의원 10명도 최근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가면서 베트남 하노이 시청을 방문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해상문화 탐방을 이유로 하롱베이와 앙코르와트를 들르려고 했지만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일정을 수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의정 활동을 몇 개월 남겨 놓은 의원들이 외유로 구정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느냐”고 시정을 촉구했다.

▽제동 거는 지역 생겨=경남 진주시의회는 ‘의원 공무 국외연수 및 출장 규칙’을 개정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관광성 외유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 뼈대이다. 새 규칙은 해외연수와 출장을 가려면 출국 45일 전에 계획서를 심의위원회에 제출하고 귀국 후 30일 이내에 보고서 및 결산서를 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외부 인사를 포함해 7명이던 심의위원을 9명으로 늘리고 세부 기준까지 마련했다. 심의 결과 역시 홈페이지에서 공개한다.

또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의된 보고서와 달리 부당하게 (여비가) 지출된 경우 환수 조치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지난해 2월 진주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의 해외연수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규칙 개정 연구 모임을 만들자 의회가 함께 참여해 참신했다는 의견을 들었다. 개정안은 상임위를 거쳐 지난해 12월 열린 본회의에서 표결 없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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