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풍선효과?…‘음지의 性’ 더 진해졌다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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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사거리 뒷골목. 곳곳에 어지럽게 돌아가는 이발소 표지판과 붉은빛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안마시술소 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취객들의 팔을 잡아끄는 호객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호객꾼을 따라 한 안마시술소에 들어가자 고교 교복이나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종업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 업소는 손님이 원하는 옷을 입고 성매매를 하는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의 일본식 준말) 안마시술소였던 것.

이 업소는 손님 한 명과 여성 한 명이 성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가면을 쓴 또 다른 여성이 들어와 손님 한 명과 여성 2명이 동시에 성행위를 하는 이른바 ‘이벤트’ 영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호객꾼은 이 같은 1 대 2 성매매 영업이 널리 퍼지자 1 대 3 성매매를 하는 안마시술소도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대딸 섹시 바’. 아찔한 비키니 차림의 여종업원이 있는 것은 다른 섹시 바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여종업원들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손님의 손을 잡아끌고 업소 안쪽에 있는 방으로 데려가 손과 입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를 한다.

이 업소는 지난해 비슷한 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자 유사 성행위 업소인 이른바 ‘대딸방’의 영업 방식을 도입한 것. 이 업소 관계자는 “섹시 바의 노출 경쟁이 심해지면서 노출만으론 손님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항문이나 입을 이용한 성교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와 점심시간에 노래방처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하는 단란주점, 러시아인이나 중국동포 여성을 고용하는 퇴폐 이발소가 크게 늘고 있다.

변종 성매매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사창가를 찾던 남성들이 안마시술소 등지로 몰려들면서 업소 간 경쟁이 심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사창가 성매매 여성들이 변종 성매매 업소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이 적용되기 한 달 전인 2004년 8월 506개였던 서울의 사창가 성매매 업소는 같은 해 11월 444개, 지난해 12월 278개로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 성매매 여성도 2004년 8월 1523명에서 지난해 12월 678명으로 약 60% 줄었다.

이에 대해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이은주(李恩柱) 대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과 성 구매 남성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안마시술소 등 변종 성매매 업소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종 성매매 업소의 증가 추세를 단속의 손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업소들이 발붙이지 못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변태영업을 하는 업소가 크게 늘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업소가 버젓이 영업하는 것을 보면 경찰의 단속이 효과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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