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악플’ 法의 처벌 받는다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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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악의적인 ‘댓글’에 대해 검찰이 처음으로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누리꾼들의 ‘댓글’ 문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석동현·石東炫)는 22일 지난해 7월 임수경(林秀卿·38) 씨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익사했다는 내용의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 원색적인 욕설을 담은 댓글을 단 누리꾼 25명을 이번 주 초 전원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 글을 올려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누리꾼을 사법처리한 사례는 있으나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 댓글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사법처리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씨는 대학생이던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조국평화통일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밀입북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복역하다 1992년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임 씨는 지난해 7월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아들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 익사했고, 이 소식이 언론사 인터넷판 등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각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 누리꾼들이 수백 건의 댓글을 올렸다. 특히 일부 신문의 인터넷판에 올라온 댓글 중 상당수는 임 씨에 대해 욕설을 퍼붓거나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이들 댓글 중에는 ‘김정일이 발가락이나 빨지 그랬어. ×××’ ‘빨갱이×, 아들이 죽어 싸지’ 등의 험담도 많았다.

임 씨는 일부 언론사 인터넷판에 문제의 댓글을 올린 누리꾼 가운데 25명을 모욕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IP 추적을 통해 댓글을 올린 피고소인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한 뒤 최근 이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25일경 이들 가운데 7, 8명을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같은 혐의로 벌금형에 약식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댓글을 다른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 옮긴 1,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형법상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댓글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욕설이나 비방만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명예훼손보다는 모욕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검찰의 고소인 조사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댓글 문화에 누군가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피해자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임 씨는 아들이 숨진 충격으로 사회 활동을 접고 경남 합천군의 한 사찰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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