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우유배달원 정순득씨 3년째 독거노인 보살펴

  • 입력 2006년 1월 17일 0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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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우유 왔습니다. 밤새 잘 주무셨어요.”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 사는 우유배달원 정순득(鄭順得·46·여) 씨는 오전 6시부터 4시간여 동안 우유배달을 하면서 빼놓지 않는 일이 있다.

자신이 맡고 있는 100여 가구 가운데 80세 이상 홀로 사는 8가구에 우유를 놓을 때는 반드시 방문을 열어 보고 할머니들의 안부를 묻는다.

다른 배달원은 우유를 아파트 우편물 투입구나 대문 앞에 놓는 것이 보통이지만 정 씨는 고령으로 움직임이 불편한 이들 팔순 노인들을 위해서 이 같은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10년째 우유를 배달하는 정 씨는 2003년 1월부터 할머니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영동군 양산면이 ‘독사모’(독거노인을 사랑으로 돕는 모임)를 만들어 관내 80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일을 담당한 것.

‘독사모’ 활동은 양산면 총무계 직원 정미숙(鄭美淑·36) 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양산면 인구는 총 2200여 명.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880여 명이었지만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정 씨는 언론을 통해 숨진 지 일주일이 넘거나 또는 한달이 지나서 발견되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배달방법을 바꿨다.

그는 “이농(離農)으로 도시 못지않게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농촌에서 쓸쓸이 숨지는 노인이 많아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곧바로 관내 기관 단체 등에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자 선(禪)불교 단체인 ‘불광도원’이 선뜻 나섰다. 1년에 200만 원 정도 드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것.

이옥재(李鈺宰·60) 불광도원 대외협력담당은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취지가 너무 고마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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