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장학금’으로 꿈에 그리던 대학으로…5800여명에 지급

  • 입력 2005년 12월 28일 03시 01분


“수시모집 합격했어요”‘동아일보-삼성 열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대입 수시모집에 합격한 고3 학생들이 27일 한국청소년진흥센터에서 만나 합격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우수한 성적이 아니라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장학금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은창 군, 양민영 양, 김대현 군. 원대연 기자
“수시모집 합격했어요”
‘동아일보-삼성 열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대입 수시모집에 합격한 고3 학생들이 27일 한국청소년진흥센터에서 만나 합격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우수한 성적이 아니라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장학금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은창 군, 양민영 양, 김대현 군. 원대연 기자
“누군가 저를 돕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힘이 났어요. 대학에서 반드시 봉사 동아리에 들어 남을 돕고 싶어요.”

경기 평택시 한광고 3학년생 김대현(金大玄·18) 군은 ‘동아일보-삼성 열린 장학금’을 받고 성적이 크게 올라 최근 성균관대 경영학과 2학기 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김 군은 27일 ‘열린 장학금’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청소년진흥센터에서 자신처럼 장학금을 받아 공부해 대학에 각각 합격한 양민영(梁敏英·18·경기 연천군 전곡고) 양과 최은창(崔殷彰·18·인천 송도고) 군을 만났다.

김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가난을 원망하며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아버지가 택시를 몰아 생활비를 벌었지만 김 군과 여동생의 등록금을 대기에는 빠듯했다. 김 군은 1년 동안 등록금을 내지 못해 미납금이 빼곡히 적힌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한숨을 쉬어야만 했다.

김 군은 어머니의 빈 공간을 채우고자 공부에 매달리려 했다. 하지만 고민이 깊어질수록 성적은 떨어졌다. 고교 2학년 때인 2004년 여름 박형진 교사가 “왜 요즘 기운이 없느냐”며 말을 걸어 왔고 김 군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김 군의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얼마 후 박 교사에게서 김 군의 사정을 전해들은 담임 김상수 교사가 ‘열린 장학금’을 들고 나타났다. 김 군에겐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었다.

김 군은 장학금 신청 때 작성한 학습계획서를 책상에 붙이고 공부에 매달렸다. 어려운 처지에 학원 공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성적은 쑥쑥 올라갔다. 고교 3학년 때는 전 과목 ‘수’를 받아 문과 1등을 했고 마침내 원하는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손에 쥐었다.

김 군의 꿈은 공인회계사. 당장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다.

한편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에 합격한 양민영 양은 “시골에서 소규모 봉투제조업체를 경영하는 부모님이 장사가 안 돼 고민했는데 ‘열린 장학금’ 때문에 부담을 덜게 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인하대 전기전자공학과에 합격한 최은창 군도 “학교에서 최고의 성적은 아니지만 장학금을 받으니 책임감과 자신감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성적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같이 ‘동아일보-삼성 열린 장학금’은 2004년 성적위주로 지급하는 기존 장학금과 달리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고교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설립 첫해에 2901명, 2005년 2944명에게 1년간 학비를 지원했다.

올해에는 이들 3명 외에도 서울대 작곡과, 연세대 교육과학대,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숙명여대 수학통계학부 등에서 합격자가 나왔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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