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40년전 100원의 가책 이제 조금 덜었습니다”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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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학교에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육성회비 100원을 주워 군것질을 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온 40대 중반 남성이 모교에 장학금 500만 원을 기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규모 의류 관련업체를 운영하는 이경석(李敬石·47) 씨는 10일 모교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초등학교 교장실을 찾아와 불우한 학생을 위해 써 달라고 500만 원을 내놓았다.

이 씨는 “초등 1학년 때인 1965년 교문 앞에서 ‘육성회비’라고 쓰인 봉투를 주워 안에 들어있던 지폐 100원으로 어묵이며 호떡 등 먹고 싶었던 것을 사 먹었다”며 “당시 두리번거리며 돈을 찾는 듯한 아이가 있었지만 차마 얘기하지 못했는데 이 사실이 평생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학교 측이 나중에 생활기록부를 확인한 결과 이 씨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형이 공장에 다니며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가정에서 배고픈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먹고살 만한 형편이 되자 돈을 잃어버린 아이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고 그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았나 하고 고민을 했다”며 “아내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더니 아내가 불우한 후배들을 위해 돈을 내놓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현초등학교 박순진(朴淳鎭) 교감은 “당시 쇠고기 한 근이 350원 정도였고 시내버스 요금이 10원이었으므로 100원은 지금의 5000∼6000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씨가 기탁한 돈은 소년소녀 가장, 기초생활보장수급 아동, 기타 극빈 아동 등 31명의 생활보조금으로 10만∼30만 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선행 사실이 언론에 나가면 연말에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학교의 설득에 따라 전화 인터뷰에는 응했지만 사진 촬영 요청에는 사양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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