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발표 高3교실]“언어쉬워 등급 손해” 중위권 혼란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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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고… 놀라고…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16일 수험생에게 배부됐다. 이날 오전 성적표를 받아 든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3학년 수험생들이 성적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울고… 웃고… 놀라고…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16일 수험생에게 배부됐다. 이날 오전 성적표를 받아 든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3학년 수험생들이 성적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16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 3학년 14반 교실.

최근 중국 졸업여행을 소재로 떠들썩하던 교실에 박남창(朴f昌·44) 담임교사가 들어오자 긴장감이 흘렀다.

박 교사가 “앞으로 일정은 내일 알려줄 테니 오늘은 성적표를 받고 곧바로 귀가해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상의해라”고 말한 뒤 수능 성적표를 나눠 주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일부 학생은 11월 23일 수능시험 직후 가채점을 통해 짐작하고 있던 성적보다 기대에 못 미쳤는지 울상을 짓기도 했다.

▽중위권 혼란 심해=교육 당국은 올 수능의 난이도 조절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영역이나 과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수능 당일 언어영역이 쉬워 표정이 밝았던 중위권 수험생들은 채점 결과 만점자가 지난해보다 5.5배 늘면서 표준점수가 크게 낮아지자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언어영역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135점이었으나 올해는 127점으로 8점 낮아졌다.

서울 풍문여고 홍승연(18) 양은 “언어 원점수가 84점이어서 4등급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성적표를 받고 보니 5등급이었다”며 “어제 대입설명회에서 낙관적인 진단을 받았는데 오늘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같은 학교 전수현(18) 양은 “언어는 모의평가에서 3등급으로 나왔는데 너무 쉬워서 등급이 뚝 떨어졌다”면서 “수리 ‘가’형은 학원마다 표준점수와 예상등급이 달라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실제로 성적표를 받아 보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선택과목 따라 희비=수험생들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제2외국어에서 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기고 이정호(18) 군은 “화학Ⅱ는 한 문제를 틀려도 표준점수가 73점이나 나오지만 물리Ⅰ은 다 맞아도 64점밖에 안 나온다”며 “물리를 선택한 것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문과 이도형(18) 군은 “제2외국어로 선택한 일본어 문제가 너무 쉬워 1문제 틀렸는데도 2등급이 됐다”고 걱정했다.

최강학원 최강 원장은 “언어영역의 경우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127점, 1등급 하한 표준점수는 125점으로 같은 등급 내의 격차가 2점에 불과하지만 사회탐구영역 4과목을 합하면 같은 1등급이라도 최고 21점까지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최상위권의 경우 탐구영역을 잘 본 수험생이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진학 지도 여전히 어려워=올해도 영역별로 난이도 차이가 심하고 탐구영역 선택과목에서는 표준점수가 크게 벌어져 교사와 수험생이 느끼는 혼란은 여전했다.

경기고 임영훈(林永焄·48) 교사는 “대학의 전형 방법이 다양해지고 과목별 표준점수 차 등 변수가 많아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진학 지도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이태권(李泰權·40) 교사는 “각종 입시자료를 분석하고 진학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입시기관 자료들도 차이가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실장은 “이번 수능은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수리와 탐구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이 유리하다”며 “자신의 수능 성적을 잘 조합해 가장 유리한 전형 방법을 채택하는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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