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10월 24일 07시 1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우동마을.
분지 형태의 넓은 평야에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출하를 한 달 정도 앞둔 멜론이 나일론 줄에 매달려 있다.
온도와 습도, 수분이 자동 조절되는 곳에서 자란 때문인지 그물 모양의 표면 매듭이 선명하고 때깔이 고왔다. 세지멜론연합회장인 염만준(廉滿駿·59) 씨는 “전국 최고의 멜론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세지면 125농가로 구성된 연합회는 54ha에서 연간 3300여 t의 멜론을 생산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 겨울에도 멜론 생산이 가능해 전국 생산량의 22%를 차지한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연간 550t.
한해 매출액 140억 원으로 농가당 평균 1억10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세지면 전체 1440여 농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멜론 농가가 면 소득(220억 원)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고소득의 비결은 친환경 농법으로 고품질 멜론만을 생산하고 농협이 재배방법, 판매, 출하시기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
농가들은 볏짚과 축분(畜糞)을 섞어 발효시킨 퇴비만을 사용하고 토양 소독을 위해 물을 채우고 비닐로 덮어 열을 가하는 담수멀칭농법으로 연작(連作)에 따른 피해를 예방한다. 멜론을 재배하지 않는 휴지기엔 벼 등 다른 작물을 심는다.
한꺼번에 출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농가마다 파종일자를 따로 정하고 수확 예정일 3∼5일 전에는 당도와 숙성도를 측정한다.
송정마을 박화순(朴華順·44) 씨는 “당도를 측정하고 크기와 겉모양을 꼼꼼하게 살핀 뒤 최상품이 아니면 모두 버린다”면서 “철저한 계획 생산과 세심한 상품 관리가 세지멜론의 명성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세지멜론은 당도가 평균 13∼14브릭스(당도 단위)로 타 지역 멜론보다 2∼3브릭스 높은데다 저온 저장고에서 숙성 과정을 거쳐 출하되므로 신선도가 뛰어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여름에는 서울 모 호텔을 통해 청와대로 납품된 세지멜론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내외 귀빈의 만찬 테이블에 디저트용 과일로 올라 호평을 받았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농업혁신을 통한 지역발전 최우수 사례로 뽑혀 농촌 특화 마을의 모델이 됐다.
세지농협 박종학(朴鍾學) 조합장은 “농가는 생산에 전념하고 농협은 공동선별과 출하, 정산을 맡다보니 상품의 질이 높아지고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