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미2사단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 양의 부친 신현수(申鉉壽·51) 씨 집(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2리)에 18일 오전 추수를 돕겠다며 미2사단 본부중대 소속 장병 23명이 찾아왔다.
미군을 마주하는 게 부담스러워 거절했지만 계속된 간청에 신 씨는 결국 일손을 돕도록 허락했다.
추수에 동참한 한국군 광개토부대 장병 20여 명의 시범을 봐 가며 난생 처음 낫을 잡은 미군들은 서툴지만 구슬땀을 흘려 가며 1500여 평의 논에서 벼 베기를 도왔다.
점심 무렵에는 신 씨가 막걸리, 두부, 김치를 미군들에게 건넸고 미군은 가져온 전투식량을 신 씨 등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신 씨는 “아직 용서하고 화해할 심정까지는 아니지만 일손을 돕겠다고 찾아온 마음까지 뿌리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희생자였던 심미선 양의 부친 심수보(沈洙補·51) 씨도 신 씨의 논에 나와 일손을 도우며 미군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으나 농촌에서 벼 베기를 돕는 모습은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미2사단 측은 “인접한 한국군 관계자의 소개로 효촌리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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