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장병들 故신효순양 집 벼베기 도와줘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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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들이 18일 오전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2리 고 신효순 양 부친의 논에서 벼 베기를 돕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도제2청사
미군 장병들이 18일 오전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2리 고 신효순 양 부친의 논에서 벼 베기를 돕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도제2청사
딸을 잃은 아버지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쓰러진 벼를 일으켜 추수를 돕는 미군을 보고는 막걸리와 두부를 내놓았다.

2002년 6월 미2사단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 양의 부친 신현수(申鉉壽·51) 씨 집(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2리)에 18일 오전 추수를 돕겠다며 미2사단 본부중대 소속 장병 23명이 찾아왔다.

미군을 마주하는 게 부담스러워 거절했지만 계속된 간청에 신 씨는 결국 일손을 돕도록 허락했다.

추수에 동참한 한국군 광개토부대 장병 20여 명의 시범을 봐 가며 난생 처음 낫을 잡은 미군들은 서툴지만 구슬땀을 흘려 가며 1500여 평의 논에서 벼 베기를 도왔다.

점심 무렵에는 신 씨가 막걸리, 두부, 김치를 미군들에게 건넸고 미군은 가져온 전투식량을 신 씨 등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신 씨는 “아직 용서하고 화해할 심정까지는 아니지만 일손을 돕겠다고 찾아온 마음까지 뿌리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희생자였던 심미선 양의 부친 심수보(沈洙補·51) 씨도 신 씨의 논에 나와 일손을 도우며 미군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으나 농촌에서 벼 베기를 돕는 모습은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미2사단 측은 “인접한 한국군 관계자의 소개로 효촌리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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