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50兆시대에 체감복지는 제자리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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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예산 50조 원 시대를 맞았지만 국민이 느끼는 복지 체감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2003년 이후 줄고 있고 단전(斷電)·단수(斷水) 가구가 증가하는 등 기초생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10일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10.8% 늘어난 54조7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부문별로는 기초생활보장에 5조4000억 원이 배정돼 올해보다 22.2% 늘고, 사회적 일자리 지원(72%)과 육아 지원(52.3%)도 크게 증가한다.

기초생활보장과 사회적 일자리 지원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부터 매년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복지 예산의 수혜 계층인 저소득층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운데 하위 20%의 실질가처분소득은 2003년 2.1% 줄어든데 이어 2004년에는 2.2%,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도 0.3%씩 계속 감소하고 있다.

실질가처분소득은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에서 비(非)소비지출을 뺀 것으로 저소득층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간에 전체 도시근로자의 실질가처분소득도 매년 1% 안팎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민생활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공공요금 연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연체금은 3월 말 현재 1조739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20.7%, 도시가스 요금은 1980억 원(6월 말 기준)으로 71.7%, 상수도 요금은 432억 원(6월 말 기준)으로 4.6% 늘었다.

사용료를 못 내 전기가 끊긴 가구는 5월 말 현재 4827가구로 작년 말(1091가구)의 4배가 넘고, 수돗물 공급이 끊긴 가구도 6월 말 현재 1만1829가구에 이른다. 단수 가구는 작년(2만1067가구)보다는 줄었지만 2001년이나 2002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

자동차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은 3월 말 현재 전체의 5.3%인 79만3000대로 1년 전(74만3000대, 5.1%)보다 5만 대 늘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책임보험 미가입 차량은 대부분 차 한 대 갖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경기가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으니 과태료를 면제해 달라는 호소가 많다”고 전했다.

재정경제부 이찬우(李燦雨) 복지경제과장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복지 예산을 크게 늘렸지만 운용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김재진(金栽鎭) 연구위원은 “복지정책의 기본 전제는 소득 파악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라며 “복지 수혜층에 대한 소득 파악, 정책 집행의 투명성, 예산 전달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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