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복지공단, 본업 아닌 건강식품 투자 수십억 사기당해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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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지난해 건강식품 사업에 뛰어들어 수십억 원대의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한 개인에게 속아 수십억 원의 돈을 날린 데 대한 감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며 “관련 임직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종권(朴鍾權) 공단 이사장은 이번 사건이 감사원 등 관련 기관에 포착된 후인 지난달 27일 사표를 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7월 칡뿌리 등 값싼 국산 한약재 가루를 항암 효과가 있는 버섯분말인 것으로 속여 판매하는 무역업체 ㈜나우월드에 약 100억 원을 투자했다가 아직까지 70억여 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회수금 70억여 원 중 약 20억 원은 담보 설정도 돼 있지 않아 회수가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을 속인 인물은 1970년대 수십억 원 규모의 사기대출 행각을 벌여 ‘금융사기의 원조’로 불리는 박영복(朴永復·69) 씨로 밝혀졌다. 박 씨는 나우월드 등 여러 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이다 최근 인천공항세관에 검거됐다. 박 씨에게 속아 투자한 개인도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단이 아무 관련 없는 건강식품 사업에 뛰어든 배경과 사업 추진 과정에 외압이 개입됐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표를 제출한 박 이사장은 예비역 공군 소장 출신으로 2003년 6월 취임했다. 공단 측은 “박 이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다”면서 “박 이사장이 이번 사건 때문에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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