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형사소송법의 재심 청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데는 법조인들 대부분이 비슷한 의견이다.
그러나 특별법까지 만들어 재심 청구 사유를 늘리거나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 외부 기구에 의해 법원 판단이 뒤집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법적 안정성 해칠 우려 많아”=여권은 과거 논란이 됐던 확정 판결을 다시 재판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그 피해자들의 명예를 되찾아 주자는 것이 재심특별법의 취지라고 주장한다.
형사소송법은 재심 청구 사유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는 이를 엄격히 해석해 현행법과 판례 체계에서는 이 취지를 관철시키기 어렵고 따라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의 논리다.
그러나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이를 ‘현 정부의 입법 만능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잇따른 특별법 제정이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법을 만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과거의 잘못은 바로잡아야겠지만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많은 사건들이 법원 바깥의 판단에 의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면 그때부터 사법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가나 사회가 보는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 청산으로 번지면 반발이 더 심할 것”=법조인들은 ‘진보당 조봉암(曺奉岩) 위원장 사건’이나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등 국민 대부분이 잘못된 판결로 인식하는 것들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재심특별법이 정치권이 추진 중인 ‘과거사 정리’의 합법화를 위한 장식품으로 사용되거나 인적 청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위험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유신(維新)과 군사정권에 숨죽였던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를 겪어낸 대부분의 법조인들도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며 “그들에게 한(恨) 풀 듯 책임을 묻는다면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