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업그레이드]원어민 교사가 말하는 초등생 공부법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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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현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인 브리지트 상크 씨(가운데)는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김미옥 기자
서울 신현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인 브리지트 상크 씨(가운데)는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김미옥 기자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현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 금발에 연푸른 눈의 20대 외국인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는 운동을 합니다. 누굴까요?(He plays sports. Who is he?)”

“그는 많이 뜁니다. 누구죠?(He runs a lot. Who is he?)”

담임인 정혜진 교사는 ‘He runs a lot’을 되풀이하며 팔을 앞뒤로 흔들며 뛰는 시늉을 내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서울 신답초등학교에서 키 195cm, 신발 크기 300mm의 ‘거인 선생님’으로 유명한 캐나다 출신 원어민 교사 앨릭스 씨(오른쪽)가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번갈아 가며 질문을 받은 5명의 아이들은 모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축구 선수(He is a soccer player)”라고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 생각도 같아요?(Does everybody agree?)”

“네(Yes)!”

원어민 교사가 정답이라고 확인하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서울시내 초중학교 100곳에 파견한 원어민 교사의 한 사람인 미국인 브리지트 상크(23) 씨. 그는 이날 한국인 영어교사와 역할을 나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상크 씨와 자신이 가져온 가족사진을 보며 누구인지 묻고 대답했다.

상크 씨는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교사 자격증을 딴 뒤 단짝 친구인 하이디 엘리자베스 워처 씨와 함께 한국행을 결정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선발한 원어민 교사 중 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42명, 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격증(TESOL·TEFL) 소지자 37명, 석박사 12명이다.

최춘옥 장학사는 “원어민 교사는 품성, 발음, 학생의 기를 유발시키는 능력,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등을 종합평가해 뽑았기 때문에 수준이 아주 높다”고 소개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뿐 아니라 경기도교육청과 일부 지역교육청에서도 원어민 교사를 뽑고 있다.

상크 씨는 “열흘 정도 아이들과 부대꼈는데 한국 아이들은 수줍음이 많고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말문을 열지 않는다”며 “외국어를 배우려면 무조건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스페인어를 배울 때 집에서 오빠, 언니와 늘 스페인어로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와 관련된 게임, 비디오, 음악 CD 등을 구해 주는 등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하게 서두르지는 마세요. 부모가 억지로 외국어 공부를 시키면 언어에 대한 반감이 생깁니다. 모국어 중심으로 짜인 뇌가 영어를 접할 때마다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영어 공부를 안 시키는 것만 못합니다.”

상크 씨는 “책이나 영상물의 경우 아이 수준보다 약간 어려우면 아이들의 도전 의욕과 동기를 북돋울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며 “그러나 아이들이 한국어 뉴스를 재미있게 본다고 해도 무리하게 CNN을 보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부모들은 영어 발음에 너무 집착해요. 아이의 혀를 수술해 주는 부모도 있다면서요? 미친(crazy) 짓이에요. 미국에도 수많은 악센트의 영어가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발음이 그리 나쁘지 않아요. 어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영어 발음과 친해질 수 있어요.”

그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원어민 강사의 상담을 받고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 등을 아는 것이 좋다”며 “내 방은 영어만 쓸 수 있는 ‘영어특구(English Only Zone)’이므로 영어로만 상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장학사는 “특기적성 교육의 경우 학교에 따라 수준별 수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원어민 교사를 잘 활용하면 학원에 보내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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