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끊어진 도로 끊어진 대책…울릉도의 눈물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12분


코멘트
추석이 가까워 오지만 울릉도는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태풍 ‘나비’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지역 전체 피해액인 1000억 원의 절반가량이 울릉도에서 발생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의 피해액 200억 원과 지난해 ‘송다’ 때의 100억 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동해의 심장’ ‘천혜의 섬’ ‘신비의 섬’으로 불리는 울릉도가 쑥대밭으로 변하면서 주민의 자존심은 크게 구겨졌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구호품을 보내고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힘을 보태고는 있지만 폐허나 다름없는 섬을 어디서부터 추슬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추석 공동 차례상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라 주민들은 넋을 잃은 표정이다.

주민들은 “태풍 ‘매미’ 때 사라졌던 어항과 도로를 겨우 복구했는데 이번에 더 큰 피해를 봐 앞이 캄캄하다”며 “내년에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울릉도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도로는 이번에도 곳곳이 유실되면서 섬 전체의 교통이 순식간에 마비됐다.

1960년대 초 공사를 시작해 39년 만인 2001년 개통된 일주도로 44km 가운데 4.4km는 정확히 말하면 ‘미개통’이다. 정부는 공사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완전 개통에 소극적이다.

올 3월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면서 불거진 독도 영유권 분쟁 때 경북도와 울릉군은 일주도로 완전 개통, 사동항 개발, 울릉 경비행장 건설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한 주민은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아무리 섬이라지만 도로가 일부 유실되면 어선을 이용해 생필품을 운반해야 하고 육지와의 뱃길은 사흘이 멀다 하고 끊기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하소연했다.

1882년 고종은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 정책 대신 주민 이주를 장려하는 개척령을 선포했다. 이후 울릉도는 어업전진기지로서, 독도의 어머니로 자리 잡았다.

연례행사처럼 자연재해를 당하는 울릉도 주민들이 ‘개척정신’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울릉도가 ‘동해를 지키는 국토의 막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