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손발’ 대리 확 줄었다…인력구조 기형화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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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대기업인 A그룹에 사원으로 입사한 김모(36) 과장은 입사 이후 5년 동안 부서에서 ‘만년(萬年) 실무자’였다.

2001년 뒤늦게 새로 들어온 사원은 아직까지 평사원. 신입사원이 회사의 기본 업무를 익히는 동안 김 과장은 과장 직위를 얻었지만 같은 부서에 대리가 없어 수년 동안 사원과 대리 역할을 병행해야 했다.

최근 각 회사에 대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모래시계형’ 인사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사원 채용을 대폭 줄인 데다 2000년대 초 벤처 열풍으로 입사 초년생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이던 1996년과 올해 금호타이어의 인력 구조를 비교해 보면 이 회사의 사원은 1996년 387명, 올해 334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대리는 1996년 300명에서 올해 166명으로 크게 줄었다.

㈜한화 화약 부문 본사는 1996년과 올해 사원, 과장, 차장, 부장 등은 큰 변동이 없지만 현재 대리는 28명으로 1996년 70명의 4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효성도 1998년 920명이던 대리가 올해는 633명이다. 이 회사의 부장과 과장은 각각 1998년에 비해 117명, 179명 늘어나 관리직 층은 오히려 비대해졌다.

LG경제연구원 이춘근 상무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어 오랜 경륜과 통찰력이 필요한 연구 조직의 경우 ‘허리가 가늘고 머리가 무거운’ 구조가 가능하지만, 제조업체에서는 중·하부층이 약할수록 차세대 인재 육성에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48년 전후 태어난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가 1990년대 일본 불황을 거치면서 대거 구조조정을 겪은 것처럼 한국에서는 대규모 신규채용이 재개된 2000년대 입사자들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앞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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