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제3부 배우며 삽시다<2>‘상아탑 가족’ 김병운씨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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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가장과 부인, 그리고 두 아들 등 가족 모두가 대학생인 ‘상아탑 가족’이 있다.

가정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병운(49) 씨는 경원대 회계학과 4학년이다. 부인 임미선(48) 씨는 한양여대 산업디자인과 3학년.

건국대 기계설계학과 3학년 1학기를 마친 큰아들 명철(22) 씨는 지난해 9월부터 군 복무를 대신해 방위산업체에 다닌다. 작은아들 명성(20) 씨는 서울산업대 신소재공학과 2학년. 현재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김 씨와 큰아들은 2002학번 동기, 부인 임 씨는 2003학번이다. 작은아들 명성 씨는 2004학번.

3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 씨의 집을 찾아가 부자가 같은 학번이 된 사연을 들었다.

200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명철 씨의 입시상담을 위해 김 씨는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명철 씨의 성적은 반에서 12등 정도.

담임교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반에서 5등 안에는 들어야 수도권 내 대학에 갈 수 있고 학교에서 신경을 써 준다는 것이었다.

“화가 나더군요. 1등이나 꼴찌나 부모에겐 다 소중한 자식인데…. 그래서 명철이와 내기를 했습니다. ‘같이 공부하자. 그리고 누가 더 좋은 대학에 가는지 겨뤄보자’고요.”

김 씨의 최종 학력은 국졸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달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16세 때부터 직장생활을 해야 했다.

6남매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모두 대학까지 보내고 이제는 연간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견기업의 사장이 됐지만 학력 콤플렉스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하루 4시간씩 자고 주경야독한 김 씨는 1년 만에 고입, 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아들과 나란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대학 합격통지서를 함께 받아 왔다.

국졸이던 임 씨도 용기를 냈다. 남편의 뒤를 이어 여대생이 된 그는 가족 모두가 대학생이 되니 대화가 풍성해졌다고 했다.

시험 기간에는 가족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은근히 경쟁이 돼 성적표를 서로 보여 주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는 “늦지 않았습니다. 배움에 목마른 분에게 저의 경험을 들려 주고 싶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동아일보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도전하세요. 세상이 달라지니까요.”

그는 내년에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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