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남인천 중고교

  • 입력 2005년 7월 5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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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 청소년들도 뒤늦게 공부 재미에 빠진 성인 학생에게 배우는 것이 많아서인지 금방 순해지더군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학교 분위기가 너무도 편합니다.”

인천의 첫 평생학습시설 학력인정학교로 지정된 인천 남구 학익1동 남인천 중고교(교장 윤국진) 성인반에 다니고 있는 정모(49·사업·중1 과정) 씨는 무더운 여름이지만 향학렬을 불태우고 있다. 정 씨는 사업상 출장 갈 때도 틈틈이 수학이나 영어공부를 할 정도다.

이 학교는 30∼70대 성인이 다니는 중고교 과정과 청소년 대상 실업계 고교 과정이 혼합된 일종의 대안교육을 펼치는 곳.

연령대가 다양하다보니 학교 분위기가 오히려 가족과 같은 분위기다.

올해 스승의 날에도 나이 많은 학생들의 ‘깜짝 파티’로 교사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김재임(62·여·고1) 씨가 심금을 울리는 감사의 편지를 낭독한 뒤 강당에서 성인 학생 100여 명이 고운 한복을 입고 스승에게 큰 절을 올렸다. 부모 같은 제자에게 얼떨결에 절을 받은 교사들이 맞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

또 성인반(중고교 과정 767명) 학생들은 고교 실업계에 다니는 청소년 동료학생들을 위해 장학기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바자회를 열어 장학기금 1500만 원을 적립해두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학자금 1000만 원을 주었다.

매년 10월 사흘동안 열리는 ‘백암예술제’는 학생들의 끼와 개성이 마음껏 발산되는 열정의 무대. 성인 학생들이 댄스스포츠 난타가요제 등의 공연 프로그램을, 청소년 학생들은 네일아트 및 헤어디자인 쇼, 몸짱 대회, 여장 패션쇼 등을 마련해 한판 대결을 펼친다.

학생들은 헤어디자인과가 있는 특성을 살려 ‘지역 어르신 초청 무료 이발행사’나 복지관에서 김장담그기 등의 봉사활동에도 틈틈이 나선다.

최우숙(여) 교감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이 통하는 학교”라며 “학생들이 선생을 동생이나 형, 누이처럼 여겨서인지 촌지가 없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실업계 과정에 편입학한 청소년은 중학교 때 성적이 최하위권에 맴돌거나 학교 부적응 학생으로 낙인찍힌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적에 얽매이지 않는 교사들의 교육 방침과 특기적성 위주의 실습교육 덕분에 학생들이 진로선택을 잘하는 편이다.

성인이나 청소년 학생 모두가 매년 50% 이상의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으며, 실업계 학생은 미용사 및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90% 이상 딴다는 것.

이 학교 윤국진 교장은 구두닦이와 노점상 등으로 모은 전 재산을 털어 1984년에 이 학교를 설립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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