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아들 “뿌리 찾으러 왔습니다”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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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을 씨 부부(왼쪽)가 3일 루스 허스트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딸 김소희 양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 먹는 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권호을 씨 부부(왼쪽)가 3일 루스 허스트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딸 김소희 양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 먹는 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사랑으로 대화를”

“어머, 예람이와 소희가 닮았어요.”

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예람이네는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미국 텍사스에서 건너온 김소희(미국명 에마·17) 양과 그의 양어머니 루스 허스트(50) 씨가 찾아온 것.

예람이 어머니 김영임(35) 씨는 “귀한 손님이 왔다”며 불고기, 잡채, 생선, 된장, 김치 등 한국 음식을 가득 차렸다. 권호을(41) 씨와 부인 김 씨는 지난해 10월 7개월 된 예람이를 입양했다. 떳떳하게 키우겠다며 공개입양을 한 이 부부는 17년 전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간 소희 양과 허스트 씨가 모국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초대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씨는 허스트 씨에게 마음속에 담아뒀던 질문을 쏟아냈다. 입양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국 문화 탓에 경험자의 조언을 듣기 힘들었던 그에게 허스트 씨는 훌륭한 조언자인 셈.

“예람이가 사춘기가 되면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고민하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에 허스트 씨는 “어릴 때부터 예람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일깨워주고 끊임없이 대화하면 문제될 게 없다”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고국의 멋, 원더풀”

‘덩∼더쿵, 덩∼더쿵.’

4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동구 강동구민회관에서 ‘다시 찾은 그리움’이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이 열렸다. 가야금 산조와 사물놀이가 공연 마지막을 장식하자 구민 500여 명은 너나 할 것 없이 흥겨운 표정이었다.

미국 입양아들로 구성된 샛별 입양 국악예술단이 4일 서울 강동구민회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그리움’이란 제목의 뮤지컬 공연 도중 북을 치고 있다. 연합

무대에서 힘찬 박수를 받은 공연단은 미국 시애틀의 ‘샛별 입양 국악예술단’. 한국계 입양인 30여 명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예술단은 1985년 창단돼 20여 년간 전 세계를 순회했다. 1000회 이상 공연하면서 한인 2세와 입양아, 혼혈아에게 한국인의 뿌리와 민족성을 일깨웠다.

이번 한국 방문은 경동대 명예총장이자 미국 워싱턴 주 상원의원인 한국계 신호범 박사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3일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복디자이너 이영희(69·여·사단법인 미래문화 대표) 씨의 매장을 찾았다. 한국의 전통 예절과 한복 입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자신이 만든 전통의상 35벌을 선물했다.

남학생들은 바지저고리, 조끼, 마고자, 두루마기를 겹겹이 입으며 신기해했고 여학생들은 땋아 올린 머리카락을 보고 연방 “패셔너블(멋있다)”이라고 외쳤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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