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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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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염색체의 부분 결손으로 생기는 PWS는 아무리 먹어도 배부름을 느낄 수 없어 심각한 비만을 부르는 병. 어머니 박재은(35) 씨는 한 군이 살찌지 않게 매일 수영을 시켜도 정신지체 증세까지 겹친 한 군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음식에 손을 댄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데만 매달 200만 원가량이 든다. 간병인을 두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박 씨는 24시간 한 군을 돌봐야 하므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살림이 더욱 어렵다.
박 씨는 “성장호르몬 부족으로 도윤이 키가 올해부터 크지 않아 더욱 뚱뚱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속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참 건강하다’고 말할 때가 제일 서럽다”고 말했다.
한국희귀질환연맹에 따르면 현재 국내 희귀병 환자는 약 13만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는 한 군처럼 희귀병에 걸린 환자와 가족을 위한 행사가 개최됐다. 한국희귀질환연맹이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 심포지엄’을 마련한 것.
참석자들은 평소 가슴에 담아 두었던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장민규(8) 군은 병에 걸리면 코가 치켜 올라가 ‘요정의 얼굴’처럼 되는 ‘윌리엄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정신지체 증세를 보여 복지관에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경기 성남시에 마땅한 곳이 없어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서울의 복지관에 다녀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신경섬유종을 앓아온 이모(5) 양은 구두를 보면 광적인 욕심을 내는 특이한 버릇이 생겼다. 왼쪽 다리뼈의 종양 탓에 다리가 휘어져 잘 걷지 못하지만 그럴수록 구두를 보면 붙잡고 놓지 않는다.
이 양의 부모는 “어느 날 친구에게 놀림을 받고 와서 ‘내 다리는 왜 다른 애들과 다르냐’고 눈물을 흘릴 때 가슴이 찢어졌다”고 울먹였다.
보건복지부는 2001년부터 희귀난치성 환자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71개 질환에 대해 의료비 706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인 김진현(金鎭晛) 인제대 교수는 “의료비는 물론 환자의 재활훈련과 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소수 희귀병은 환자와 그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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