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송파구 시각장애인 대상 요리교실 화제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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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장지여성교실에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야채찐빵을 만들고 있다. 김미옥 기자
1급 시각장애인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장지여성교실에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야채찐빵을 만들고 있다. 김미옥 기자
“먼저 이걸 만져보고 느낀 모양대로 썰어 봐요. 느낌이 어때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장지여성교실. 5명의 시각장애인 여성들이 요리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음식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배순옥(38), 남견희(40), 박지영(42), 윤봉덕(52), 원종미(58) 씨 등 이들 5명은 모두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 특히 배 씨는 음식이라고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생 초보’ 수강생이다.

이 자리는 4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송파구가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이들 옆에는 1, 2명의 자원봉사자가 실습을 도와줘야 한다. 양념, 물 등의 양과 써는 모양 등은 옆에서 분량을 재주거나 미리 ‘이런 모양이다’라고 만져보게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음식은 ‘야채 빵’ 만들기. 앞서 가진 6차례 강의에서는 탕수육, 코다리찜, 마파두부, 황태말이 국수 등을 배웠다.

일반인처럼 눈으로 대충 짐작할 수 없다 보니 배우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 것은 당연한 일.

“고기를 기름에 튀길 때 참 어려웠죠. 온도를 짐작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물 같은 경우에 이들은 손가락을 넣어 온도를 짐작한다. 하지만 끓는 기름에 손가락을 넣을 수는 없는 일. 대신 나무젓가락을 넣어 기름이 튀는 소리로 온도를 짐작했다.

콩나물 오색채를 만들기 위해 채를 썰 때는 미리 5cm 길이로 자른 재료를 이용해 일일이 길이를 대가며 썰기도 했다.

“지난번 만든 마파두부를요…집에서 가족들에게 다시 만들어 줬거든요…제가 처음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배 씨는 “그동안은 가족들이 해 주는 음식만 먹었지 직접 만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비록 내가 만든 음식도, 가족들이 먹는 모습도 볼 수는 없었지만 느낌만으로도 무척 행복했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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