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생겼네” 강진 목리-남포마을 주민 환경정화센터 유치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코멘트
“로또복권에 당첨된 기분입니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에서 바다 쪽으로 1.5km 떨어진 목리와 남포마을. 440여 가구가 사는 이곳은 요즘 온통 잔치 분위기다. 31일 주민들 통장에 많게는 1440만 원에서 적게는 650만 원씩 총 40억 원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목돈을 손에 쥔 주민들은 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한 주민은 가전제품을 새로 들여놓겠다고 했다. 적금을 붓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에게 지급된 40억 원은 강진군이 5년 전 주민 기피시설인 환경정화센터(생활쓰레기 처리장)를 유치한 마을에 주기로 한 지원금.


강진군은 하루 평균 30t의 생활쓰레기가 배출돼 읍면에서 운영하는 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2000년 주민을 상대로 환경정화센터 유치 장소를 공모했다. 그해 한 곳이 후보지로 결정됐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2002년 공모에서도 마찬가지.

목리와 남포마을 주민이 환경정화센터 유치 청원을 낸 것은 2003년 3월. 센터 건립사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공감이 형성된 데다 수차례 현장 견학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40억 원의 지원금과 연간 2000만 원에 달하는 쓰레기봉투 판매 수수료 지급 등 각종 인센티브로 마을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손홍식(60) 목리 환경정화센터유치추진위원장은 “여느 지역처럼 혐오시설 유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수십 차례 마을총회를 열어 ‘무엇이 우리 마을을 위하는 것인가’를 토론하고 주민 투표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돈을 나누는 방법도 총회를 통해 결정했다. 주민들은 입지결정 고시일인 2003년 10월 이전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실제 거주자를 지급 대상자로 정했다.

3월 환경정화센터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원금 지급이 확정되자 주민들은 “이런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며 일정액을 떼어내 마을 공동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목리 주민들은 1억1000만 원을 적립하기로 했고, 남포마을 주민은 2600만 원을 만들어 이 중 200만 원을 강진군에 인재육성기금으로 내놨다. 남포마을 주민들은 또 이달 안에 가구당 10만 원을 갹출해 총 1390만 원을 추가로 기탁할 예정이다.

이태형(52) 남포마을 이장은 “받은 돈 중 일부를 좋은 취지로 쓰자는 데 주민 모두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사업비 130억 원을 투입해 목리와 남포마을 사이 2만여 평의 부지에 위생매립장과 최첨단 소각장 시설을 내년 3월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3개월간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6월부터 가동된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