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머’의 혁명…소비자 파워가 생산패턴을 바꾼다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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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전북 무주군 무주리조트는 지난해 7월 스키장 입장료를 없앴다.

인터넷을 통해 뭉친 1500여 명의 ‘무주고객 권리 찾기’ 회원들이 “리조트 운영회사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으면서 스키장 입장료까지 따로 받는 것은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이라며 행동에 나서자 경영진의 사과와 함께 1년간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

고객 박수준(49·경남 김해시 동상동) 씨는 “무주리조트에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좋은 스키장을 함께 만들고 싶어 입장료 폐지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2

중학교 3학년 홍소라(16) 양의 소비 행태는 어른들 눈에 영악하기까지 하다.

홍 양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디지털 카메라로 여러 장 찍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친구들과 색상과 디자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친구들의 의견을 종합해 사진과 함께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허락하면 카드를 받아 매장에 나가 옷을 산다.

이걸 보고 충동구매라고 말하기 힘들다. 오히려 이런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아야할 업체가 걱정이 될 정도다.》

‘소비자 경제시대’가 열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위상과 영향력이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졌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소비자의 기호와 정서 변화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변화다. 몇 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화두(話頭)로 등장한 ‘소비자 천국, 생산자 지옥’이 한국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을 단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강한 영향력으로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해 “이런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 양상에도 이중성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면 비싼 값에도 기꺼이 구매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값싼 상품을 고집한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전국 5개 도시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싸더라도 명품 브랜드를 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9∼25세가 36%, 33∼42세가 33%에 이르렀다. 1997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각각 10%포인트와 7%포인트 높아졌다.

‘소비자 경제시대’의 개막은 인터넷 네크워크 환경 구축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각각의 개인에 불과했던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뭉침으로써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박철(朴哲) 교수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집단의 목소리를 내면서 판매 유통채널이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제품 개발과 관련된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뜻함.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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