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할머니들 책읽어주기 모임 만들어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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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우리가 먼저 동화의 팬이 되자.’ 할머니들이 동화구연교육을 받아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였다. 신원건 기자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우리가 먼저 동화의 팬이 되자.’ 할머니들이 동화구연교육을 받아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였다. 신원건 기자
할머니들이 동화책에 빠졌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의 한국 씨니어연합 사무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들이 동화책을 들고 모였다.

대부분 전직 교사인 이들은 지난달 초 발족한 ‘아이들 사랑 책 읽는 할머니 모임’의 회원. 구연동화 전문교육을 받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 영아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 ‘베개 할머니’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미 개별적으로 ‘이야기 할머니’를 시작한 회원들도 있다. 전직 유치원 교사인 정무임(67) 씨는 지난달 28일 한 어린이집에서 1주일에 한번씩 동화를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다섯 살짜리 외손녀 앞에서 연습을 한 뒤 첫 시간에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용감한 생쥐와 호랑이’를 들려주며 손에 헝겊인형을 끼고 인형극도 보여줬다. “세 살 이상 아이들은 진지하게 듣는데 세 살 미만 아이들에겐 ‘베개 할머니’역할이 더 긴요하겠더라”는 것이 그의 소감.

이날 모임에 취지를 전해들은 교보문고에서 동화책 200권을 기증해 왔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동화를 재미있게 읽어주려면 우리가 먼저 동화 팬이 되어야 한다”며 연령별로 책을 나누고 읽기 실습을 함께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대본을 찾아 함께 구연동화 스터디를 하고 성신여대에서 이달 말부터 구연동화 교육을 받을 계획이다.

기본적인 도서관리 교육도 받아서 ‘준 사서’ 정도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 전직 교사이자 시인인 김송자(69) 씨는 “따로 사는 손자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동화를 읽어주러 가는데 유치원 선생님보다 더 재미있다고들 한다”면서 “독서습관을 어릴 때부터 몸에 배게 하는 데에 ‘준비된 할머니’만 한 교사가 없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소재가 부족하거나 지루하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회장인 박정옥 (63) 씨는 “글을 읽는 아이들은 이미 동화를 꽤 접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지루하게 들려주면 효과가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전래동화를 많이 읽고 교육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모임에선 “전래동화 100편을 돌려 읽자” “창작 동화 경연대회를 해보자”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예절, 인성교육도 같이 해야 한다”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국씨니어연합의 신용자(69) 대표는 “갈수록 ‘젊은 노인’이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 도우미’ ‘보살핌 노동’이야말로 나이든 여성들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더 많이 참여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연합 측은 24일부터 50∼6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자, 예절과 신문활용교육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02-735-9000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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