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주안초등학교 특기적성 계발

  • 입력 2005년 4월 25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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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찬을 집을 때 포크를 사용하면 간편한데 왜 젓가락을 써야 하나요?”(학생)

“한국 음식은 포크를 쓰지 않아요. 또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 조작능력이 발달해 머리가 좋아진답니다.”(교사)

인천 남구 주안4동 주안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은 요즘 담임교사의 지도에 따라 자투리 시간에 젓가락으로 공깃돌 옮기기를 연습한다.

5월에 모든 1, 2학년생들이 ‘젓가락 사용하기’ 분야 ‘기능장’(技能長) 인증서 취득시험을 보기 때문.

1분 동안 젓가락으로 공깃돌을 집어 20개 이상 옮기면 이 분야 최고인 1급 기능장 인증서를 받게 된다. 20개와 15개 미만은 각각 2, 3급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이 학교는 포크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젓가락질을 못하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뒤 점심을 먹을 때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부터 이 교육을 시작했다.

또 어릴 때부터 젓가락 등을 사용해 손의 기능을 정교하게 하면 두뇌 발달을 자극한다는 국내외 교육학자들의 주장도 이 교육을 도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

눈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보고 이에 따라 손을 움직이면 눈과 손의 협응력(協應力)이 좋아진다는 것.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에는 젓가락질이 서툴던 학생도 대부분 2급 이상의 인증서를 손에 쥐게 된다. 물론 젓가락질은 ‘기능장 도전 레이스’의 시작에 불과하다.

3∼6학년은 의무적으로 3개 분야 이상의 기능장에 도전해야 한다. 재미있는 한자쓰기, 수학에 필요한 연산,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한 타자 기능장 등 종류도 다양하고 유익한 분야들이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은 1주일에 2시간씩 배정된 재량활동과 자율학습 시간 등을 이용해 기능장 도전 준비를 한다. 학년별로 심사기준에 따라 1∼5급으로 나눠 5, 7, 10, 12월 인증서를 따기 위한 평가시험을 본다.

지난해의 경우 전교생 1936명이 모두 급수는 다르지만 기능장 인증서를 손에 쥐었다.

이영길(62) 교장은 “2003년부터 학생들을 위한 특기 적성 계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능장 제도를 도입했다”며 “학생들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에 도전해 인증서를 받아 자신감과 성취감등을 느끼는 과정에서 인성교육도 저절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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