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5주년]임재춘 교수 “공학도여! 성공하려면 글을 써라”

  • 입력 2005년 3월 31일 18시 25분


코멘트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글쓰기가 문제다.”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으로 근무하다 ‘대국민 공고문안을 잘못 썼다’는 이유로 좌천된 뒤 글쓰기 전문강사로 변신한 임재춘(林載春·57·영남대 공대 객원교수·사진) 씨의 말이다.

‘글’에 한(恨)이 맺혔기 때문인지 그는 대학생 때부터 싫어했던 글쓰기를 통해 제2의 삶을 일으켜 세웠다. 테크니컬 라이팅(기술 글쓰기·www.tec-writing.com)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면서 이공계 출신들에게 글쓰기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리는 전도사가 된 것.

테크니컬 라이팅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글쓰기’.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는 책까지 펴낸 그의 사연이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전국의 많은 이공계 대학들에서 강연 요청이 이어졌다. 강연을 하면서 그가 절실히 느낀 점은 이공계 대학생들이 소위 ‘출세’를 하려면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글을 잘 쓰는 기술자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공계 대학생이나 이공계 출신 직장인들은 공식이나 계산에 익숙하기 때문에 글쓰기에 막연한 공포를 갖기 쉽다”며 “공식이나 계산에 익숙한 점을 글쓰기의 걸림돌이 아니라 장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가 강조하는 공학도나 엔지니어들의 글쓰기 요령은 “중요한 정보를 알기 쉽고 간결하게, 약도(略圖)를 그리듯 쓰라”는 것이다. 그는 “글쓰기라면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장만 생각하면 어렵다. 복잡한 상황을 압축하는 공식을 떠올리며 약도를 그린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이공계 출신이 푸대접 받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글쓰기 실력이 나빠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데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