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받고 도피 2000년 697명 →2004년 1695명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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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를 면제받기 위해 몸에 문신을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던 이모 씨(23)는 지난달 25일 법정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호송관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법정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이 씨는 나흘 만인 29일 검찰에 자수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씨가 자수를 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법 집행은 어려울 뻔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박모 변호사는 명의신탁 각서 등을 위조해 자신이 판 부동산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대법원 확정판결 하루 전인 2000년 5월 29일 미국으로 도주했다. 법원이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했으나 법정구속은 하지 않은 상태여서 대법원의 확정판결 하루 전에 도주한 것이다.

이처럼 법원에서 실형을 확정하고도 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자유형(실형) 미집행자가 최근 4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0년 697명이던 자유형 미집행자는 2001년 1341명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02년 1473명, 2003년 1448명, 2004년 1695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피고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피고인에 대한 신병 확보 방안이나 장치도 없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재판 관행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형 미집행자가 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불구속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실형을 선고받는 결석선고의 증가다. 결석선고 피고인 중 미집행자 수는 2000년 96명, 2001년 740명, 2002년 765명, 2003년 707명, 2004년 843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면해줬으나 피고인이 잠적한 경우도 적지 않다.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실형선고 건수는 2000년 214건에서 2001년 145건, 2002년 85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03년 112건, 2004년 209건으로 다시 늘고 있다.

법원은 무죄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건의 경우 신병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한 번 더 재판을 받아보라는 취지로 법정구속 하지 않는 실형선고를 많이 내리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실형이 확정됐을 때의 신병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대책이나 고려가 없는 실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형을 확정받은 자가 소환에 불응하거나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아 이들 미집행자 검거를 위해 전담인력을 둘 정도”라며 “인권보호 목적으로 하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악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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