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한국의 경찰]<上>‘엘리트 경찰’ 빛과 그림자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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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자질향상 등을 목표로 1981년 첫발을 내디딘 국립 경찰대가 올해로 개교 25년을 맞았다.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경찰의 별’인 경무관을 처음 배출하는 등 경찰 내 엘리트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사적체로 우수한 인재가 사장(死藏)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또 순경, 간부후보 출신 등과의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대 25년’을 두 차례의 시리즈 기사로 점검해 본다.》

“경찰대 출신들은 수사역량 강화와 비리 척결에 앞장서 왔다. 그 덕분에 경찰의 위상이 강화됐으며, 경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경찰대 출신 모 총경)

“너무 젊은 나이에 경위라는 간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순경 출신들과의 갈등으로 조직을 이원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비(非)경찰대 출신은 물론 경찰대 기수 간의 갈등도 깊어갈 것이다.”(간부후보 출신 경찰 고위 간부)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경찰 간부들과 전문가들은 “경찰대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수록 이런 논쟁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경찰 내 최고 엘리트로 성장=1985년 4월 경찰대 1기생이 일선 경찰서에 배치된 이후 경찰대는 경찰 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성장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다음 달 졸업할 21기까지 경찰대 출신은 2250명으로 전체 경찰관(9만3576명)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계급별로는 경무관 1명, 총경 44명, 경정 350명, 경감 730명, 경위 1125명 등이며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인 경위 이상 중 16%를 차지하고 있다.

서장급인 총경과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의 경우 경찰대 점유율이 눈에 띄게 높다. 총경 411명 중 경찰대 출신이 44명(10.7%)으로 10명 중 1명꼴이며, 경정 1316명 중에는 350명으로 26.6%를 차지하고 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5년 안에 일선 경찰서 서장과 과장이 전부 경찰대 출신들로 채워질 수도 있다”며 “경찰의 95%를 차지하는 순경 출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동문(同門)간 명암도 뚜렷해=경찰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질수록 같은 동문 기수 간, 선후배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임용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위에 머물고 있는 경찰대 출신은 1기 2명, 2기 2명, 3기 3명 등이며 경감도 1기 10명, 2기 11명, 3기 14명 등에 이른다.

승진 적체는 하위 기수로 가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4기 출신으로 서울시내 경찰서 형사과장인 A 씨는 “간부후보와 고시 등 다른 출신뿐 아니라 같은 동문 간의 경쟁이 치열한 이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술자리에서 후배가 동문 선배에게 ‘능력이 안 되면 자리를 비워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근무 중인 6기 출신의 한 경감도 “1, 2기들은 경찰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으로 졸업생의 40%까지 총경을 달 수 있지만 나머지 기수들은 총경이 2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고 귀띔했다.

문성호(文成晧) 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0.6% 이내에 드는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 1인당 2억 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들여 교육시켜 놓고 40대 중반에 옷을 벗게 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며 “경찰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총동문회장 조길형 총경 인터뷰▼

“경찰대 출신들은 경찰 조직 속에서 특혜도 차별도 없이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경찰대 출신들은 경찰 조직 속에서 특혜도 차별도 없이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경찰대 총동문회장인 행정자치부 파견 자치경찰추진팀장 조길형(趙吉衡·43·1기·사진) 총경은 27일 경찰대 출신에 대한 ‘특혜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인사 적체 문제는 경찰대 출신들이 지난 25년 동안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해 온 결과 나타난 것”이라며 “이 문제는 경찰뿐 아니라 모든 공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경찰 규모에 비해 간부직의 비율이 극히 낮은 기형적인 계급구조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조 총경은 “현 상태에서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앞으로 계급보다는 하는 일과 전문성, 실력이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면 적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조직에 가장 기여한 부분으로 조 총경은 ‘수사업무 향상’을 꼽았다.

경찰대 출신들이 조사계의 실무자로 나서면서 수사업무의 수준을 높이고, 또 간부가 직접 실무를 챙기는 전통이 생겼다는 것.

그는 “경찰대 출신은 경찰의 중간간부로서 조직운영의 민주화, 간부의 솔선수범, 원칙적 법 집행에 기여해 왔다”고 자평했다.

조 총경은 장래의 경찰지망생들에게 “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 아닌 ‘경찰’이 되고 싶은 후배들이 경찰대에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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