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조계종 선원 冬安居 해제

  • 입력 2005년 2월 2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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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 해제일인 23일 오전 경남 하동 쌍계사 위 칠불암에서 수행 정진을 마친 한 스님이 선방 문을 열어젖히고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동=민동용 기자
동안거 해제일인 23일 오전 경남 하동 쌍계사 위 칠불암에서 수행 정진을 마친 한 스님이 선방 문을 열어젖히고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동=민동용 기자
지난해 11월 26일(음력 10월 15일)부터 석 달 동안의 동안거(冬安居·겨울 3개월 동안 외부출입을 삼간 채 선방에서 하는 참선 수행)에 들어갔던 스님들이 정월 대보름인 23일 오전 해제(解制)를 맞았다.

경남 하동 쌍계사 금당선원에서 정진했던 16명의 스님도 이날 오전 3시부터 2시간 동안 마지막 참선을 한 뒤 선방 벽에 걸어둔 걸망에 짐을 챙겼다.

용성, 운봉, 금오, 동산, 청담 스님 등 한국 불교의 고승들이 거쳐 간 선방인 금당선원은 정진이 잘 되기로 유명해 전국의 승려들이 안거 때마다 머물고 싶어 하는 5개 선방에 든다.

오전 10시 해제 법회를 위해 모인 스님들이 석 달여 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로 이야기하느라 대웅전 앞마당에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금당선원의 청규(淸規·수행 시 지켜야 할 규칙)는 엄격하다. 오전 3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0시간 이상을 참선한다. 산문 밖 출입금지는 물론이고, 신문이나 책을 읽어도 안 되며 묵언(默言)을 지켜야 한다.

10년째 안거에 참여했던 능원 스님(경기 수원 석왕사)은 “금당선원은 정진할수록 처지지 않고 힘이 생겨 마음이 편안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안거 공부가 어땠느냐는 물음에는 “공부가 잘 되지 않으니 10년 동안 이리저리 오갔지요”라며 말을 삼갔다.

1975년 폐사에 가까웠던 이곳에 와서 지금의 쌍계사로 중흥시킨 조실 고산((고,호)山·72) 스님은 이날 동안거를 마친 스님들에게 “참선 수행에 욕심을 절대 부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서 견성성불(見性成佛)해야겠다는 탐심(貪心), 나는 왜 이리 더디지 하며 짜증내는 진심(嗔心), 이만 하면 잘하는 거라고 자만하는 치심(癡心)을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욕심보따리만 앞세우면 더뎌지기만 하지요.”

한두 번 들은 말이 아닐 텐데도 스님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공부가 안거 기간에만 하는 것이랴. 해제 법회를 마친 스님들은 걸망을 짊어지고 조용히 산문을 빠져나갔다. 이날 조계종의 전국 91개 선원 2115명의 스님도 석 달 동안의 동안거를 마쳤다.

하동=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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