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책임 안묻겠다 각서 썼어도 손해배상 해야”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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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면서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줬더라도 구입 당시 몰랐던 문제가 발견됐다면 환불과 함께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있다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곽종훈·郭宗勳)는 이 같은 각서를 써주고 산 애완견에게서 질병이 발견돼 환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손모 씨가 애완견 판매점 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손 씨는 1심에서는 패소했다.

손 씨는 2003년 9월 28일 서울 강남구 모 애완견 가게에서 120만 원을 주고 강아지 1마리를 구입했다. 집에 데려온 강아지가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이다 다음 날 의식을 잃자 손 씨는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수의사 진찰 결과 별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직접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검사를 한 손 씨는 ‘개가 죽을 수도 있는 개 원충에 감염됐다’는 얘기를 듣고 가게에 강아지를 돌려준 뒤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손 씨가 작성한 각서를 근거로 환불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버티며 강아지를 찾아가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각서는 가게 주인의 요구에 따라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애완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로선 가게 주인의 설명에 의존해 구입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각서를 썼다고 환불이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권리까지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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