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리산 세석대피소 전기공급 마찰

  • 입력 2004년 12월 13일 2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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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주능선의 세석대피소(해발 1650m)에 전기를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단체가 날카롭게 맞서있다.

공단은 “등산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전기 공급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리산 생명연대 등 환경단체는 “전기가 들어가고 난 이후의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립공원 지리산사무소 입장=지리산사무소(소장 고병준)는 “현재 세석대피소가 사용 중인 기름발전기에서 나오는 매연과 소음은 물론 기름을 운반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유출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전기 인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탐방객의 편의를 증진하고 조난 등산객의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에 필요한 기지국을 설치하는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전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

지리산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열린 지리산권 사업심의위원회에서 세석대피소 전기인입 공사에 대한 동의도 받았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지리산사무소는 내년 4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에서 거림골을 따라 세석대피소에 이르는 6km 구간에 160여기의 전신주를 설치해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리산 생명연대 주장=종교계와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지리산 생명연대’(상임대표 양재성 함양제일교회 목사)는 13일 “다른 환경단체와 연대해 전기 인입공사를 백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연대 김혜경 교육부장은 “일단 지리산 주능선에 전기가 들어가고 나면 전기와 관련된 민원이 엄청나게 쏟아질 것”이라며 “결국은 지리산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아니라 탐방객의 휴양시설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는 한라산과 설악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 전기를 끌어들이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에너지 수요가 많은 대규모 대피소를 건설한 뒤 전기인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사업심의위원회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졸속으로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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