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不正파문]“학생 13명 커닝 안하겠다 울면서 각서”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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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커닝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학부모에게도 찾아가고 시험장에도 따라가서 휴대전화를 갖고 가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다.”

광주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 가담학생이 가장 많이 소속된 광주 J고교 홍모 교장(60)은 이번 사건 이후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말문을 열었다.

금강산 연수를 다녀온 뒤 이날 출근한 홍 교장은 우선 가담학생 처리와 관련해 “수능 시험은 국가 차원의 문제이며, 개별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관련 학생을 처벌할지는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모범답안을 작성해 중계역을 맡은 소위 ‘도우미’ 역할을 한 2학년생에 대해서도 “내년에 수능 시험을 볼 수 있을지 위에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졸업 여부도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학교의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했다.

“학생부장 조사에 따르면 같은 중학교 동창들끼리 움직였다. 11월 4일경인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커닝을 하려고 한다는 의혹의 글이 몇 줄 떴다. 당시 학생 2명의 실명이 떴다. 학생부장을 시켜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다칠 수 있으니까 절대 커닝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13명으로부터 받았다. 당시 아이들이 울면서 각서에 서명했다.”

그는 “학생부장 등이 어떤 조사라도 해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생들이 무슨 휴대전화를 어디에 달고 누가 여관방을 잡고 답을 보내 준다고 하더라”고 답했다가 다시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시험 전날인 16일 3학년 3교시 때 공지사항 20가지를 말했다”며 “거기에는 집에서는 몇 시에 출발하라, 교복을 입어라, 아침을 먹고 커피는 마시지 말라는 등이 포함돼 있고, 부정행위 얘기가 있으니 흔들림 없이 시험을 보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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