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어머니가 말려서 커닝가담 포기”

  • 입력 2004년 11월 24일 0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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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광주 시내의 한 고등학교가 수능시험 전날 상당수의 학부모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녀들의 부정행위를 만류하도록 당부한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이는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수능시험 부정행위 모의과정을 상당부분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학교측은 물론 학부모들도 부정행위를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의 경고=광주 J고 교감은 이날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수능시험 며칠 전부터 학생들이 부정행위 모의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만류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능시험 전날 밤에는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학생의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알렸다”며 “시험 당일 휴대전화가 시험부정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말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주 모 고교 3학년생인 A군(18)은 “어머니의 간곡한 만류로 수능시험 직전 부정행위 가담을 포기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 학교 관계자는 “수능시험 당일 교사들이 시험장에까지 따라가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학교측은 학생들의 집단적인 부정행위 모의과정을 알고 ‘커닝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13명의 학생에게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시험 전날에는 교장이 직접 교내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수능시험 커닝을 하지 말라는 훈화를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행위 가담자들은 당초 시험 전날 밤 나눠 갖기로 했던 휴대전화를 시험 당일 아침에 나눠 갖는 등 학부모와 학교측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부정행위 묵인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부정행위 가담자의 학부모까지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신고자도 학부모?=경찰에 부정행위 사실을 제보한 최초 신고자가 경찰이 당초 밝힌 대로 수험생이 아닌 학부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녀의 부정행위 연루 가능성을 뒤늦게 알게 된 학부모가 경찰에 관련사실을 제보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는 게 경찰이 상부에 보고한 최초 보고 내용.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윗선 보고가 잘못된 것이지, 학부모가 직접 신고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한편 부정행위에 연루된 학생들의 학부모 신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경찰은 “부정행위에 가담한 수험생의 학부모 중 유명인사는 없다”고 밝혔으나 본보가 확인한 결과 부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K군의 아버지는 모 대학 교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정양환기자 ray@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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