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능 뒷바라지 끝… 참았던 병 터졌다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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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 많은 어머니들이 우울증 등 각종 증상으로 고생한다. 방치하면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진은 시험 전 불공을 드리는 어머니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 많은 어머니들이 우울증 등 각종 증상으로 고생한다. 방치하면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진은 시험 전 불공을 드리는 어머니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점수야 어떻든 수험생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며 자식 뒷바라지를 해오던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자녀의 수능시험이 끝나면 많은 어머니들이 두통, 식욕감퇴, 허탈감, 우울증 등을 겪는다. 이런 증상은 자녀의 시험결과가 나빠서 생긴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또 다른 ‘수험생’ 생활을 마감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 ‘뒷바라지증후군’이다.

▽참았던 병이 터졌다=이 무렵 여성은 갱년기장애를 많이 겪는 시기다. 아이 뒷바라지 때문에 참았던 긴장이 풀리면서 갱년기장애가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얼굴홍조, 두통, 소화불량 등 신체증상과 함께 우울증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과거에는 중년 여성의 우울증이 심리적인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뇌의 신경화학적 변화로 호르몬 체계가 달라져 우울증을 부추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란 가설도 제기됐다.

자녀 뒷바라지 과정에서 폐경기를 맞는 여성의 경우 ‘여성성’을 잃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

자녀가 시험을 망치면 많은 어머니들이 죄책감을 느낀다. ‘좋은 학원을 못 보내서’ ‘좋은 부모를 못 만나서’ 등 자녀의 실패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이런 태도는 우울증을 더욱 심화시킨다.

▽시험을 잘 봐도 문제=자녀의 시험결과가 좋아 대학 진학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어머니들은 기쁨과 함께 심한 허탈감을 느낀다. 뿌듯하지만 자꾸 우울해지고 가슴 한 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느낌이 든다. 바로 ‘빈둥지증후군’이다. 공들여 키운 자식이 품을 떠나면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어미 새가 된다. 허탈하고 인생무상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무엇보다 홀로 서려는 어머니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와의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자식이 이젠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남편의 배려가 큰 도움이 된다. 부부가 짧은 여행을 다녀오면서 앞으로의 삶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시기를 방치하면 본격적인 ‘주부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여, 자신에게 관심을=이제 자신의 건강도 챙기도록 하자.

이 무렵 수능 뒷바라지를 끝낸 어머니들은 칼슘과 비타민D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중년 여성은 하루 평균 500mg의 칼슘을 먹는다. 필요량(1000∼1500mg)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자주 먹는 게 좋다.

비타민D는 뼈엉성증(골다공증), 면역성질환, 심혈관계질환 예방 효과가 있으므로 중년 여성에겐 꼭 필요한 성분. 매일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도록 한다. 버섯류와 등푸른 생선 등 비타민D가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도 방법. 녹황색 채소와 두부 된장 등 콩으로 된 식품도 갱년기장애 극복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유한익 교수, 영양팀 강은희 과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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