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사관교과서논란]“南은 美日에 경제종속 - 北은 식민 청산” 기술

  • 입력 2004년 10월 4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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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중 상당 부분을 민중사관적 관점으로 기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금성출판사 간행) 교과서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우리 사회 내부의 역사왜곡 문제부터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이 교과서를 두고 “편향적이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문제없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대치 때문에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에 따르면 이 교과서는 6·25전쟁을 국가간의 외교 분쟁 과정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군사적 충돌로 규정하고, 현재 사용 중인 북한 역사교과서의 일부를 단원 첫머리에 소개하기도 했다.

남북한 정부수립 과정에 대해 교과서(264, 265쪽)는 ‘남한만의 정부가 세워진 것은 통일 민족국가의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하였다’ ‘북한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청산하고 사회체제를 바꾸는 정책을 시행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교과서는 통일정책에 대해 북한의 연방제와 남한 내 운동권 및 재야세력의 통일방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남한 민주주의 발전 과정도 철저하게 운동권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다는 게 권 의원의 지적이다.

시대별 통일론을 다룬 교과서 313쪽은 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한 설명은 없고 1950년대의 통일론으로 진보당의 통일정책, 70년대는 진보적 학자인 백낙청씨의 통일론, 80년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통일론을 각각 소개하고 있다.

권 의원은 또 재벌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긍정적 영향을 무시한 채 부정적 묘사로 일관하고 우리 경제를 미국과 일본에 종속된 것으로 이 교과서가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320∼331쪽)는 ‘이승만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고 정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필요 이상으로 들여왔다. 한국 경제는 자본과 기술에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종속되어 갔다’ ‘북한에서는 지주가 사라졌으며 빈농이 줄어들고 중농이 농민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또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334쪽)고 지적한 반면 천리마운동은 ‘대중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시행됐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301쪽)고 설명하고 있다.

권 의원은 “역사인식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처럼 편향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남한과 미국은 부정적인 나라로,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로 인식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역사 및 정치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교과서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과서가 균형이 있다고 보느냐’는 권 의원의 질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저녁에 속개된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권 의원의 주장은 과장됐다. 교과서는 문제없다”며 몰아붙였다. 이에 안 장관은 담당부서인 교육과정정책과의 공식 의견을 빌려 “검정심의위원회를 적법하게 거친 문제없는 교과서”라고 답했다.

한편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정치학)는 “새마을운동은 장기집권의 수단이었고 북한 천리마운동은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황당한 역사 해석”이라며 “1960, 70년대 외자 도입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을 ‘외세 의존적이었다’며 이미 용도 폐기된 종속이론으로 설명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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