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백태

  • 입력 2004년 8월 1일 14시 32분


검찰의 법조비리 수사결과 적발된 변호사 중에는 법원의 부장판사 출신과 검찰의 고검장을 지낸 인사까지 포함돼 있었다.

공직시절 청렴성과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됐던 판·검사가 변호사 개업 후 돈이라면 불법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사건 수임을 둘러싼 법조계 비리가 고질적 병폐임을 반증한다.

▽판·검사 출신도 불법에 가담=고검장 출신의 김모 변호사는 브로커 2명에게서 2건의 사건을 소개받고 알선료를 건넨 사실이 적발됐으나, 알선료 총액이 입건 기준인 1000만원에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입건 조치되고 변협에 징계통보 됐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조모 변호사는 브로커 사무장에게 알선료로 6520만원을 준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으나,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브로커도 전문화 시대=구속된 브로커 김모씨는 새로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찾아다며 사건을 집중적으로 알선해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김씨가 갓 개업한 변호사에게서 알선료로 받은 돈은 조모 변호사 6520만원, 최모 변호사 3200만원, 민모 변호사 2500만원 등 1억2200만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브로커와 변호사 사이의 구조적인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브로커들의 비리가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천만원의 알선료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브로커 홍모씨는 '법조인 검색 프로그램'을 손수 개발해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정보를 미리 입력한 뒤 의뢰인에게 적합한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구모씨는 박모 변호사의 사무장에게 일하면서 별도로 임대보증금 4000만원을 지급하고 사무실 직원도 4명 중 3명을 자신이 직접 채용한 뒤 따로 월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제비 등 고전적 수임비리도 여전=박모 변호사는 교통사고 전문 브로커 구모씨를 사무장으로 등록한 뒤 알선료로 매월 기본급 200~300만원 외에 승소수익금 20%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1년간 250건을 알선받고 5800만원을 건넸다.

하모 변호사는 브로커 2명에게 건당 평균 680만원씩 1억1570만원을 알선료로 지급했다. 정모 변호사는 사기 피의자를 불구속으로 수사받게 해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았지만, 정작 '로비'는 하지 않았다.

이모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필요로 하는 경매 전문 브로커에게 39차례에 걸쳐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5503만원을 받았다.

디지털뉴스팀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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